북한, 全軍에 “농촌 지원미 바쳐라” 지시…줬다 뺐는 ‘쌀 정치’

가을엔 농촌서 군량미 걷더니 봄엔 군에서 지원미 걷어가…식량 부족한 군은 부담감 호소

김정은 현지지도
지난 2019년 10월 조선인민군 제810군 부대 산하 1116호 농장을 현지지도한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최근 전군에 ‘농촌 지원미’를 바치라는 지시를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가을에는 농민들이 수확한 쌀을 군량미로 바쳤는데, 이제는 반대로 군에 쌀 헌납 과제를 부과한 셈이다.

이는 전국의 협동농장이 본격적인 농번기에 돌입한 가운데 농장원 노력이 가계 쌀 부족으로 포전에 나올 수 없는 상태로 파악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내부 군 소식통들의 증언이다.

평안북도 군 소식통은 11일 데일리NK에 “지난 8일 농촌 지원미 명령이 인민군 당위원회 결정으로 평안북도 주둔 육, 해, 공군 부대들에 내려왔다”면서 “명령에 따라 모든 부대에서는 군단, 사단, 여단 후방부를 중심으로 3월 말까지 분담된 쌀을 바쳐야 하는 상태가 됐다”고 전했다.

황해남도 군 소식통 역시 “곡창지대인 황해남도에 전당, 전국, 전민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데 최근에 쌀 지원 사업에 인민군대가 앞장서야 한다는 인민군 당위원회 결정서에 따른 명령이 4군단 지휘부(해주)로 하달됐다”고 말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8군단과 4군단 후방부는 군관 가족 1세대당 쌀 10kg을 농촌 지원미로 바쳐야 한다. 이외 독립 후방부나 경리과를 가지고 있는 대대급 이상 부대에서는 하전사(병사) 1명당 100g으로 계산해 부대 인원수에 맞는 지원미를 내야 한다.

특히 북한은 쌀 대신 다른 식량을 대체해서 내는 경우 그 수량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도 했는데, 콩으로 내는 경우 입쌀 계획량과 같은 양을 바치도록 하고 옥수수쌀은 입쌀 계획량의 1.5배, 옥수수는 2배를 바치도록 했다.

군은 이에 맞게 지역 협동농장 경영위원회에 식량을 귀속시키고 국방성 후방총국은 사업 실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해 통계를 내서 보고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군량미 부족으로 오히려 쌀을 추가 공급받아야 하는 군부대들에 이번 농촌 지원미 명령이 동시에 내려오면서 후방부에서는 군관과 군관 가족 배급량, 군인들에 대한 급식량 조절로 농촌 지원미 계획량을 보장해야만 하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가뜩이나 군량미가 부족한데 군은 농촌 지원미 명목으로 그나마 후방창고에 남아 있는 군량미마저 바쳐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각 부대는 허리띠 졸라매기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은 군에서는 이번 명령에 대해 강한 부담감을 호소하고 있다.

소식통은 “대용식량인 콩이나 감자, 남새(채소)가 나올 때도 아닌데 인민군대에 부족한 군량미를 더 배급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른 봄철부터 지원미 명령을 내린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나라를 지키는 군의 식량이 턱없이 줄어들어 인민군대에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군 내부에서는 ‘작년 가을에 공급된 군량미도 부족해 햅쌀이 나오는 올가을까지 견딜지 말지 몰라 식량을 조절하고 있는 부대 사정과 관계없이 줬다 뺏는 식으로 하면서 급할 때면 군량미를 활용한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