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통’ 최선희 전면배치 의미는?… ‘선보상·후행동’ 시동거는 北

당 내부선 '화성-17형' 시험 발사 실패에 유진→조춘룡으로 군수공업부장 교체했다는 말 나와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가 8~10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회의실에서 진행됐다고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1일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회의에서 “2022년도 주요 당 및 국가정책의 집행 실태가 중간 총화되고 하반년도 사업방향과 투쟁방침이 책정되었으며 국가적인 중대사업들을 강력하고 정확히 추진하기 위한 실천행동 방안들이 토의 대책되었다”라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강대강, 정면승부’를 강조하면서 대남·대미라인 고위급 주요 인사를 대폭 교체했다. 북한 노동당 내부에서는 대미외교에 집중해 미국과의 정면승부에 나서면서 강경한 대남정책으로 모든 협상에서 남측을 배제하고 팽팽한 갈등을 지속해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북한 매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8~10일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5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하며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대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하고 국방연구 부문이 추진해야 할 전투적 과업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회의에서는 2018·2019년 북미 회담뿐 아니라 4자·6자회담 등에 여러 차례 참여해 미국과의 협상을 이끌었던 ‘미국통’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외무상으로 승격됐다.

최선희는 최근까지도 외무성에서 대미 전략·분석 업무를 총괄하면서 북한 내에서 대미외교의 일인자로 인식돼왔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고위 소식통은 14일 “최선희는 원수님과 독대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간부 중 하나”라고 언급했다. 최선희에 대한 김 위원장의 신임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전임 외무상인 리선권과의 갈등으로 2020년 3개월간 혁명화(강제 노역 및 사상 교육 등의 처벌) 조치를 받는 등 부침을 겪기도 했지만, 대미 정보 분석 및 전략과 관련된 사항은 리선권이 아니라 최선희가 직접 보고해왔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반면 대미외교 경험이 부족해 북한 내부에서도 ‘바지사장’이라는 오명을 받아왔던 리선권은 이번 인사에서 당 통일전선부장에 임명되면서 본래 영역인 대남 부문으로 돌아갔다.

과거 ‘거친 입’ 역할을 했던 강경파 리선권이 외무상에 앉음으로써 미국과의 대화 테이블을 걷어차는 형국이 펼쳐졌다면 이번 최선희의 발탁은 앞으로 미국과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라는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고위 소식통은 이번 인사에 대해 “기존에 미국이 제시했던 ‘선행동·후보상’ 체계를 깨부수고 ‘선보상·후행동’ 체계로 가겠다는 대외사업정책 노선을 실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북한은 미국이 먼저 대북 제재를 풀고 경제적 보상체계를 제시하면 핵실험을 중단하고 동결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당 내부 대외정책으로 천명하고 간부들을 교육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군수공업 부문에서도 자력갱생을 통한 핵 능력 고도화를 일단락하고 해외의 기술과 자재를 적극 도입하는 쪽으로 정책 노선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무기 개발 분야에서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기술이나 설계는 대체로 완성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무력을 고도화하기 위해 외국의 자원이나 기술을 들여와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군수공업부장을 유진에서 조춘룡으로 교체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게 이 소식통의 주장이다.

조춘룡 신임 군수공업부장은 국방종합대학에서 미사일을 전공한 과학자 출신이지만 해외에서 무기·도면·부품 등의 수출입 사업에 관여했던 인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 내부에서는 유진이 임명된 지 1년도 안 된 상황에서 군수공업부장이 교체된 것은 ‘화성-17형’ 등 시험 발사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인식되고 있다.

소식통은 “유진이 당 자금을 많이 허비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최근 시험발사 실패 책임이 크긴 하지만 유진은 원수님이 믿는 동지이기 때문에 완전히 내쳐진 것은 아니며 다시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