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北 시장 신풍속도…콩기름 작은 컵에 담아 소량 판매

주머니 사정 악화한 주민들, 대용량 식자재 구매하기보다 당장 지출 적은 소단위 선호

양강도 혜산 인근 시장의 모습.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국경봉쇄와 밀수 차단으로 북한 시장에서의 수입 식자재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도 악화하면서 최근 시장에서는 최소 단위로 식품을 판매하는 신풍속이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는 그동안 1kg짜리 병 단위로 팔던 중국산 콩기름을 100g, 200g 단위로 컵에 소분해 판매하고 있다. 지역마다 사정이 조금씩 다르지만 50g 단위의 기름컵이 등장한 시장도 있다고 한다.

실제 지난 3일 평양의 한 시장에서 중국산 콩기름 100g이 북한돈으로 3500원에 팔렸다. 콩기름 1kg이 3만원 가량에 거래되고 있다는 점에 미뤄보면 소단위 판매 가격이 다소 비싸게 책정된 셈이다.

그런데도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은 주민들은 대용량으로 식자재를 구매하기보다는 당장 지출이 적은 소단위 판매를 선호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탕가루(설탕)도 1kg보다 100g, 200g 단위의 소포장 판매량이 많다. 심지어 설탕 50g짜리도 인기가 많다는 전언이다.

본보 취재 결과, 지난 3일 평양에서 사탕가루 100g은 북한돈 2800원에 거래됐다. 콩기름과 마찬가지로 사탕가루도 1kg을 사는 것이 g당 가격 면에서 더 이득이지만 작은 단위의 봉지 설탕을 찾는 주민이 더 많다고 한다.

이외에도 국경봉쇄 이후 북한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수입산 후추, 참깨, 참기름 등도 현재 평양 내 시장에서 작은 컵에 소량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뿐 아니라 평성, 신의주 등 다른 도시의 주요 시장에서도 중국산 식료품이 소단위로 판매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의 구매력이 낮아지면서 북한 시장에서 이전에는 잘 팔리지 않던 질 낮은 식품들이 매대에 올라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보통 북한에서 인조고기는 콩에서 기름을 짜낸 후에 발생하는 대두박(大豆粕)에 물을 섞은 후 이를 압착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다시 소량의 기름 찌꺼기가 발생하는데 상인들이 이를 모아 ‘인조고기 생산 기름’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름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질 낮은 상품이지만 가격이 저렴해 찾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사람들이 먹을 게 없고 돈도 줄면서 시장에서 그야말로 자력갱생하고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로 밀수가 막히고 봉쇄가 계속되면서 식의주 생활이 형편없어졌지만, 백성들이 지혜를 모아 나름대로 살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