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혁명사상‧대중운동으로 본 2021 김정은 시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을 더욱 힘 있게 벌이자!’ 문구 앞을 지나고 있는 김책제철연합기업소 노동자들의 사진을 실었다. 신문은 이날 “3대혁명붉은기 쟁취운동은 사회주의 강국 건설의 힘 있는 추진력”이라고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지난 18일부터 개최된 3대혁명선구자대회 참석자들에게 김정은은 서한을 보냈다. 서한에서 김정은은 전국적으로, 전인민적으로 3대혁명총진군할 것을 명령했다. 동시에 “모든 혁명진지를 3대혁명화하자!”라고 3대혁명의 투쟁구호도 제시했다. 3대혁명은 사상혁명, 문화혁명, 기술혁명을 망라하는 것으로 노동신문 11월 24일자 사설을 보면 그 목적은 크게 1) 수령에 대한 충실성 2) 사회주의 혁명투사 양성 3) 주체형의 인간개조다.

2014년에 ‘백두산 국가’를 국가목표로 제시한 김정은은 2021년에는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로 국가목표를 바꿨다. 앞에 서한에서 김정은은 3대혁명총진군은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의 요구라고 했다. 즉, 3대혁명을 통해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를 건설하자는 뜻이다.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는 곧 ‘우리 수령제일주의’를 가리킨다(노동신문 4월 2일자 사설). “수령이 위대해야 조국도 빛나고 인민도 강해진다”는 논리이다.

이것을 볼 때,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는 1974년 김정일이 주체사상에 수령론을 가미한 ‘혁명적 수령관’을 다른 용어로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 3대혁명의 첫 번째 목적인 ‘수령에 대한 충실성’과 맞아 떨어진다. 김정은이 2021년에 대중실천운동으로 3대혁명을 주문한 것도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를 국가목표로 설정한 것도 자신의 권력 강화 및 공고화를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2021년 북한의 국가목표인 ‘우리 국가제일주의시대’의 핵심요소는 ‘자력갱생’과 ‘국가방위력’이다(노동신문 11월 24일 사설). 북한은 현재 자력갱생의 대중실천운동(대중노력운동)으로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과 ‘3대혁명소조운동’을 벌이고 있다.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은 사상,문화, 기술 부문에서 서로 충성경쟁을 유도하며 생산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려는 노력동원의 일종이다. 과거 150일 전투, 100일 전투에 이어 2020년 당 창건 기념일을 앞두고 김정은은 ‘80일 전투’까지 몰아붙였다. ‘80일 전투’는 1년 생산목표치를 80일 만에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면, ‘3대혁명붉은기’를 수여받고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을 성취하게 된다.

그런데, 김정은은 3대혁명선구자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3대혁명붉은기 수여를 한 번으로 만족하지 말고 계속해서 2중, ‘3중 3대혁명붉은기’ 수여받을 수 있도록 노력 투쟁하라고 지시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 세 번씩이나 3대혁명 깃발을 받도록 하라는 것은 1년에 80일 전투를 3번씩이나 연거푸 하라는 주문이다. 도대체 1년 목표량에 몇 배를 달성하라는 것인가. 이것은 노력동원이 아니라 말 그대로 ‘노동력 착취’이다. 앞으로는 80일 전투가 아니라 60일 전투도 나올 지경이다.

2021년 제8차 당대회 이후 김정은 정권은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으로 노력동원하고 있지만 2016년 제7차 당대회 이후부터 2020년까지만해도 ‘만리마운동’을 전개했었다. 2017년 1월 초에 김정은이 연말(12월)에 ‘만리마선구자대회’를 개최하라고 지시했었다. 그러나, 결국 불발로 끝나고 말았다. 각 부분에서 뚜렷하게 영웅으로 내세울 만한 선구자들이 없었던 것 같다. 북한에서는 수령에 대한 충성심을 고취하기 위해서나 노력동원을 하기 위해서 항상 영웅이나 모범적인 기업소를 전면에 내세우며 ‘영웅따라배우기운동’을 전개한다. 2016년부터 시작된 만리마시대를 김정은은 백두산대국의 진입로라고 하며 인민대중들에게 ‘만리마 정신’,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을 주문하며 경제개발 5개년계획을 수립했었다.

그러나 결국 2020년에 5개년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고 만리마 시대는 종지부를 찍었다. 2021년 들어서 노동신문에는 ‘만리마’와 관련된 용어가 사라졌다. 다시 천리마가 등장했다(3월 1일 첫 등장). ‘천리마 운동’은 1956년 김일성이 소련의 집단지도체제방식을 거부하고 주체와 경제적 자립을 주문하면서 1957년부터 전개된 대중노력운동(노동력동원)이다. 천리마운동은 1960년 초 20%가 넘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큰 성과를 거두었다. 천리마운동의 후신이 1973년 김정일이 제시한 ‘3대혁명붉은기쟁취운동’이다. 이 대중운동 또한 큰 성과를 거두게 되었고 김정일이 후계자로서 자리매김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김정은도 2016년에 ‘만리마운동’이라는 독자적인 대중운동을 제시했었다. 하지만 이 대중운동은 실패로 끝났고 5개년 경제개발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절치부심하던 김정은은 2021년에는 자신의 독자적인 대중운동을 포기하고 선대지도자가 전개했던 3대혁명화를 다시금 들고 나왔다. 대중실천운동에 있어서는 유훈통치를 따른 것이다. 반면, ‘인민적 수령’을 내세우며 수령으로 등극하였고 자신만의 혁명사상(김정은주의)을 제시했다. 유훈통치와의 결별로 받아들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필자가 볼 때, 2021년 제8차당대회 이후 김정은의 정치행보는 2016년 제7차당대회 이후 행보와는 정반대 양상이다. 7차 당대회 이후에는 혁명사상에 있어서는 ‘김일성-김일성주의’를 내세우며 유훈통치방식을 택하는 한편, 대중운동은 만리마운동을 제시하며 독자적인 정치행보를 보였다. 그런데, 2021년에는 그 반대로 자신의 독자적인 혁명사상을 내걸면서 대중운동은 유훈통치방식을 따르고 있다. 혁명사상과 대중운동 둘 다를 독자노선으로 가는 것을 무리라고 본 것일까? 그보다는 자신의 혁명사상인 ‘김정은주의’를 제시하면서 유훈통치와 결별로 보이는 것을 무마시키기 위해 대중운동은 유훈통치방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볼 때, 2021년을 김정은의 시대가 완벽하게 펼쳐졌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