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발전 사활거는데 공장들은 “시범 대상서 제발 빼달라”

자력갱생으로 내리 먹인 계획 달성해야하는 부담감에 꺼려 해…지방공업관리국 일꾼들도 '난감'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 김화군 지방공업공장들을 현지지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지방발전20×10정책’ 추진의 첫해인 올해부터 각지에 본격적으로 새롭에 일떠세우게 될 지방공업 공장들의 구체적인 건설방향을 확정 짓기 위해 시범적으로 꾸린 김화군 지방공업들의 현대화 실태와 경영실태, 공장별 건축 형식을 료해(파악)하기 위해 현지에 나왔다”고 밝혔다./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지방발전 20×10 정책’에 따라 북한에서 시범 운영 기관 선정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지방 공장 간부들은 자신이 속한 공장이 시범 대상으로 꼽히지 않게 하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다.

13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지방공업관리국은 지난달 말부터 도내 공장 기업소를 대상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 시범 운영 기관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발전 20×10 정책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15일 열린 제14기 제10차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제시한 정책으로,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인 지방공업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전국 인민들의 초보적인 생활 수준을 한 단계 비약시키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이후 열린 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 인민들에게 기초식품과 식료품, 소비품을 비롯한 초보적인 생활필수품조차 원만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늘날 우리 당과 정부에 있어서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심각한 정치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이 지방발전 정책을 직접 제시하고 적극적인 추진을 강조하면서 이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도 인민위원회 지방공업관리국 일꾼들은 가장 명확하고 빠르게 성과가 나올만한 공장을 물색하고 시범 운영 기관으로 선정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이런 상황에 공장 간부들은 지방공업관리국 일꾼들을 찾아다니며 ‘우리 공장만큼은 시범 운영 기관에서 제외시켜달라’며 부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빠르게 후속 조치에 착수해야 하는 지방공업관리국 일꾼들은 퍽 난감한 입장에 놓여 있다. ‘국가 정책에 따라 매년 20개 군에서 공장 현대화 건설을 진행해야 한다’면서 설득하지만, 공장 간부들은 ‘하게 되더라도 본보기 공장만 되지 않게 해달라’고 간청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범 운영 기관으로 선정되면 당국의 집중적인 감시와 통제 속에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도출해야만 해 지방 공장 간부들은 시범 운영 기관으로 선정되기를 꺼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공장으로서는 우(위)에서 일방적으로 내리 먹인 목표나 계획량을 완수하기 위한 자금과 기술, 노력 등을 모두 자력갱생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전문가는 북한의 생산설비 및 원자재 부족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의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최지영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낸 ‘북한 지방발전 20×10 정책의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연구보고서에서 “농업·농촌 발전과 관련한 예산 지출은 2022~2023년 큰 폭으로 확대됐고 2024년에도 예산 규모가 유지되고 있지만 지방공업 발전을 위한 예산 지출 확대는 눈에 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 연구위원은 “최근 개최된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공업혁명을 위한 투쟁에 인민군부대를 동원한다는 결정이 나온 것으로 볼 때 전형적인 북한식 동원운동으로 지방발전 20×10 정책을 이행하려는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력의 양적 투입만으로 제조업을 복구하고 가동률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