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대 얻어 생계 유지하는 北 주민들…”독약인 줄 알지만…”

도시 주민들도 생활난에 높은 이자로 돈 빌려…빚 독촉 시달려도 "빌려 먹을 데 있어 다행"

2019년 3월 함경북도 온성군 살림집
북한 함경북도 온성군 국경 지역의 살림집 모습.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함경북도에서 고리대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활난에 봉착한 주민들이 당장의 생계 위기에서 벗어나고자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13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최근 고리대를 얻어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면서 “빌린 돈을 갚지 못해 빚 단련(독촉)에 시달리는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주민들이 생계난에 고리대를 얻는 일은 과거 주로 농촌에서 농사일만으로 먹고 사는 농민들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일이었지만 근래에는 도시에서 장사하는 주민들에게서도 이런 모습이 흔하게 목격되고 있다.

실례로 두부밥 장사를 하는 청진시의 최모 씨(가명)는 돈벌이가 안 돼 지난달 5일 30일짜리 고리대를 빌렸다.

최 씨는 장사가 안 되자 산비탈에 땅을 일궈 농사를 짓기도 했으나 소출이 워낙 적었고, 이에 먹고살기 위해 조금씩 장사 밑천을 끌어다 썼다가 그마저도 거덜 나 지난달부터 절량세대로 전락했다.

생계가 막막해진 그는 결국 고리대를 얻었는데, 갚기로 한 기일이 지나고도 제대로 돈을 갚지 못해 빚 독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도시가 이러니 농촌은 더 심하면 심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며 “요즘 도시나 농촌에서나 절량세대가 늘고 있는데 국가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그러니 주민들이 독약인 줄 알면서 고리대에 의존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실제 길주군 등 농촌에서도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는 주민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길주군의 농민 김모 씨(가명)도 강냉이(옥수수) 알을 세어 먹을 정도로 심각한 생활난을 겪어 가을에 두 배로 갚기로 하고 북한 돈 50만원(한화 약 7만원)을 고리대로 빌렸다.

김 씨는 지난해에도 고리대를 얻어 종자와 비료 등 농사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해 죽어라 농사를 지었으나 빚도 다 갚지 못한 상태에서 먹을거리가 다 떨어져 하는 수 없이 또다시 고리대를 빌리게 됐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생활난을 겪는 주민들이 당장 닥친 어려움을 면하기 위해 계속해서 고리대를 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소식통은 “고리대 장사꾼들은 자기 돈벌이를 위해 주민들에게 돈을 빌려주는 것이겠지만, 그래도 그런 그들이 있어 죽지 않고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이 있다”면서 “고리대에 의존에 살아가는 주민들은 빌려 먹을 데라도 있어서 다행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