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11호병원 깜짝 시찰… “평양 어머님 같았다” 입소문도

군 후방부문 시찰 권한 위임받은 뒤 불시 검열…문제 발견된 담당 간부들 결국 자리이동

지난 2019년 3월 2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에서 김 위원장을 수행할 때 모습. /사진=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으로부터 군(軍) 후방부문 시찰 권한을 위임받은 김여정 당 부부장이 지난달 중순 첫 시찰지로 평양의 ‘11호병원’을 택해 병원 후방부를 깜짝 검열한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9일 “김여정 동지가 지난달 16일 평양시 대동강구역에 있는 11호병원(인민군종합병원) 후방부를 예고 없이 시찰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여정은 당시 당 군정지도부 일부 성원들을 대동하고 11호병원을 불시에 찾아 약품창고, 식당 등을 검열했다.

김여정은 가장 먼저 약품창고를 검열했는데, 그 결과 ‘동기훈련을 맞으면서 만단의 준비태세가 돼 있다’고 작성된 장부와 달리 약품상자가 텅 비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여정의 갑작스러운 검열에 비상소집된 11호병원 병원장과 후방부원장은 급히 현장으로 가 “현재 병원에 들어온 환자들이 너무 많아 전시 예비물자를 썼고, 무역이 재개되면 약품을 구해 채워 놓으려 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여정은 이 같은 해명에도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사상자를 구할 약이 없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는 전언이다. 

이후 11호병원 식당 검열에 들어간 김여정은 밥서랍 1개를 열어보고 “이 밥의 양으로 몇 명이 먹을 수 있느냐”고 묻더니 “23~25명용”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군용 식기를 25개 가져와 정량대로 밥을 퍼담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정해진 양에 맞게 밥을 퍼담으니 가져온 식기 중 18개만 채워졌고, 7개는 그대로 남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여정은 밥을 다시 다 쏟아붓도록 하면서 이번에는 식기 25개에 맞춰 밥을 퍼담도록 했다. 그렇게 해서 25개의 식기에 골고루 밥을 담았지만, 이는 정량에 한참 못 미치는 양이었다.

김여정은 차분한 목소리로 “환자들에게 정량으로 공급하려면 쌀이 어느 정도 부족한지, 예기치 않은 환자가 들어오는 것까지 생각했을 때 최대 얼마까지 필요한지 솔직히 말해달라”면서 현장의 가감없는 정확한 판단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모두 최고사령관 동지의 혁명전사로, 실태를 보고할 의무가 있으니 철저하게 보고해줘야 한다” “최고사령관 동지의 뜻은 현실을 빨리 파악해서 군인들에게 정확한 당 정책이 집행되도록 하자는 것이지 누구를 혁명화하고 질책하자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여정이 다녀간 뒤 문제가 된 병원 후방부문의 담당 간부들은 평양 밖으로 인사조치되는 등의 처벌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소식통은 “김여정 동지가 11호병원 시찰 때 크림안경(선글라스)을 끼고 왔는데, 실태를 요해할 때에는 위엄있게 크림안경을 벗지 않고 있다가 마지막에 크림안경을 벗고 눈웃음을 지으면서 조곤조곤 자애롭게 말했다”며 “그런 모습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아주 감동하고 뭉클해했다는 내용이 후에 국방성 군의국 가족들 사이에 쫙 퍼졌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김정일의 현지지도 현장에서 그와 동행한 고용희(김 위원장의 생모)를 직접 본 적 있는 11호병원의 식당 공급장은 이번 시찰에 나선 김여정을 보고 품성이 고용희와 닮았다면서 “평양 어머님(고용희)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고, 이 말이 입소문으로 돌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