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 열어 내각 대폭 ‘물갈이’…실무진 전진 배치

전문 행정관료들 장관급으로 기용…관심 모았던 국무위원회 개편은 이뤄지지 않은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최고인민회의 개최 소식을 보도했다. 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1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면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17일 최고인민회의를 열고 내각의 주요 구성원들을 대폭 물갈이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는 1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1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며 “당 중앙위원회의 위임에 의해 내각총리 김덕훈 대의원이 제의한 내각 성원들이 전원 찬성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보도에 따르면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북한의 경제정책을 이끌어가는 내각의 책임자들이 상당수 교체됐다.

박정근, 전현철, 김성룡, 리성학, 박훈, 주철규 등 6명이 새로 부총리에 임명됐는데, 이중 박정근은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을, 주철규는 농업상을 겸직한다.

박정근은 앞선 8차 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당시에는 국가계획위원회 부위원장 직급으로 언급됐으나, 이번 회의에서 승진해 전임 김일철 대신 위원장에 앉게 됐다.

역시 8차 당대회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이름을 올린 전현철 당 경제정책실장도 이번 회의에서 새 부총리에 임명돼 당직과 행정직을 겸임하게 됐다. 북한이 그만큼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읽히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서는 ▲내각사무장 김금철 ▲전력공업상 김유일 ▲화학공업상 마종선 ▲철도상 장춘성 ▲채취공업상 김철수 ▲자원개발상 김충성 ▲체신상 주용일 ▲건설건재공업상 서종진 ▲경공업상 장경일 ▲재정상 고정범 ▲노동상 진금송 ▲대외경제상 윤정호 ▲도시경영상 임경재 ▲상업상 박혁철 ▲국가건설감독상 리혁권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교육위원회 고등교육상 리국철 ▲보건상 최경철 ▲문화상 승정규 ▲중앙은행 총재 채성학 ▲중앙통계국 국장 리철산 ▲중앙검찰소장 우상철 등 장관급 인사들이 새로 임명됐다.

이렇듯 내각 간부들이 대대적으로 교체된 것은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 달성 실패에 따른 문책성 인사로 풀이된다.

실제 김덕훈 내각 총리는 내각 사업 보고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수행 기간 내각의 사업에서는 심중한 결함들이 나타났다”며 “전력생산목표를 수행하지 못한 것을 비롯해 인민경제 거의 모든 부문에서 5개년 전략수행 기간 내세웠던 주요 경제지표들의 목표를 미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에 새로 발탁된 장관급 인사들은 대부분 관련 부처에서 실무를 맡아왔던 부상(차관급)이나 실·국장 출신들로 파악됐다. 경제실무에 밝은 전문 행정관료들을 전진 배치해 쇄신을 꾀하는 동시에 8차 당대회에서 제시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의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정은 당 총비서가 강조한 바대로 실무능력, 전문성을 가진 테크노크래트(technocrat, 기술관료)들의 중용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이 무조건 수행하여야 할 중대한 과업으로 규정돼 있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실무능력이 필요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8일 최고인민회의 개최 소식을 보도했다. 신문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4차 회의가 17일 만수대의사당에서 진행됐다”면서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한편 8차 당대회 지도부 인선과 맞물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무위원회가 개편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번 매체 보도에서는 이와 관련한 언급이 없어 여전히 궁금증을 낳고 있다.

지난해 4월 개편된 국무위원회는 김정은 위원장과 최룡해 제1부위원장, 박봉주 부위원장에 위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최근 진행된 8차 당대회를 통해 박봉주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나 원로 대열에 합류하고, 리만건·김형준 당 부위원장, 김정호 인민보안상(현 사회안전상) 등은 교체돼 당 직책을 잃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위원회 부위원장이나 위원 인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북한이 향후 추가적인 회의를 열어 국무위원회를 개편할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의 정책 결정 및 집행 과정에서 국무위원회의 역할이 실제로 크지 않고 북한이 올해에도 코로나19 보건 위기로 인해 외교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기 때문에 국무위원회 개편을 미룬 것으로 판단된다”며 “2020년 4월에만 해도 최룡해가 김정은의 위임에 의해 기존 국무위원들을 소환하고 새 국무위원들을 보선했기 때문에 국무위원회 개편은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참석 여부와 관련 없이 이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연구위원은 “원래는 최고인민회의 의장이 최고인민회의 개회사를 하는 것이 맞으나 이번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인 최룡해가 개회사를 한 점에 비춰볼 때 연내에 추가적으로 회의를 개최해 신임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선출하고 국무위원회 개편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이번 회의에서는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계획을 철저히 수행할 데 대하여’, ‘2020년 국가예산집행의 결산을 승인함에 대하여’, ‘2021년 국가예산에 대하여’ 등 법령과 결정들이 전원찬성으로 채택됐다.

이날 회의에는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리병철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 김덕훈 내각총리를 비롯해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이 주석단에 등장했으며, 회의는 하루 만에 폐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