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드라마와 예능을 시청‧보관했다는 이유로 북한 제3군단(남포시 소재) 지휘부 후방부장(대좌) 김 모 씨(50대 초반)가 공개처형됐다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북한이 지난해 12월 외부 문화 유입 차단을 골자로 하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채택한 가운데, 인민군 내에서 이 법에 따른 첫 희생자가 나온 셈이다.
25일 데일리NK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22일 군단 훈련장 사격장에서 군단 지휘부 군관, 핵심 군인들이 모아 놓고 김 씨에 관한 총살형을 집행했다.
또한 김 씨의 아내와 두 아들은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호송됐고, 살림집과 재산은 모두 국가에서 몰수했다.
김 씨의 불행은 지난 1일부터 시작된 3, 8군단에 대한 중앙당 검열부터 시작됐다. 여기에서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16일부터 진행된 비사회주의 군 연합지휘부 주도 사택 검열은 피해갈 수 없었다. (▶관련 기사 보기 : 북한, 3·8군단 악질 군관 대상 기습 검열…군인들 달래기 나섰다)
김 씨의 살림집에서 한국 드라마, 예능이 담긴 메모리가 발견됐다는 것으로, 검열조는 바로 그를 바로 체포했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그는 예심 과정에서 모든 혐의를 실토했고, 일주일이 채 지나기도 전에 ‘총살’ 처분을 받게 됐다.
일단 북한 군 당국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 따라 빠르게 사형 판결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남조선(한국) 영화나 녹화물 유포자는 무기노동교화형이나 사형’이라는 법적 조항을 적용했다는 뜻이다. (▶관련 기사 바로 보기 : [단독] “南영상물, 대량 유입·유포 시 사형”…대남 적개심 노골화)
여기서 실제로 그가 대규모로 한국 콘텐츠를 유포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는 않고 있지만, 군 당국은 “제국주의 반동들에 동조하는 이적행위를 한 역적”이라는 이른바 반당혁명분자로 낙인찍고 사형 결정을 내렸을 수도 있다. 이는 북한식(式) 정치적 판결 가능성이다.
또한 법적 조항에는 명시되지 않은 공개총살을 결정한 건 공포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공개총살 이후 3군단 내부에서는 “외부 유입물 유포와 시청은 악(惡) 중에 악” “이번 기회로 해이해진 군 기강을 바로 잡자”는 선전·선동 작업이 강화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군 비사회주의 검열 연합지휘부는 “전군적인 반사회주의, 비사회주의 투쟁과 군 기강을 세우는 사업은 사회주의 전초선을 수호하고 조국의 운명과 인민의 안녕을 지키기 위한 중차대한 투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기강 확립을 강조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1차 확대회의(2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와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이에 대해 소식통은 “복무 기간 축소에 따른 군 내부 반발을 잠재우려는 시도로 보인다”면서도 “전쟁 준비 완성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군은 남조선에 대한 환상을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