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브루셀라병’ 확산… “감염된 소 섭취, 사람 감염 우려도”

함경북도 무산군 소
소를 이용해 농사 중인 북한 주민 모습.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일부 지역에서 세균성 전염병이 ‘브루셀라’가 유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반기에만 지난해 감염 개체 수를 훌쩍 넘어 농가의 시름이 짙어지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축산 목장에서 세균성 전염병이 발생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올해 들어 함남 지역에서 브루셀라 확산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함경남도 도(道) 수의 방역 기관에 집계된 자료에 의하면, 1∼6월 브루셀라병 발생 규모는 국영 소목장과 협동농장을 합쳐 138곳(약 600마리)이다”며 “이는 지난해의 63곳(300마리)보다 배나 많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브루셀라는 2017년에는 평안남도에서 소규모로 발생한 데 이어 2018년 황해남도 내 협동농장 23곳을 시작으로 자강도, 평안북도로 확산됐다. 이후 2019년엔 함경남도 16곳에서 나타났다.

그는 “수의 방역 기관은 현 추세가 지속하면 올해 발생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브루셀라병은 소·돼지·산양 등에서 발생하는 세균성 전염병으로, 북한지역에서 대부분 소에서 발생한다.

소 브루셀라병은 암소에게는 불임증과 임신 후반기 유·조산 등을 일으키고 수소는 고환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 때문에 병이 한 번 퍼지면 송아지 생산이 감소해 축산농가에 경제적 피해를 준다.

국내에서는 브루셀라를 제2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으며 양성으로 판정이 되면 살처분 대상이 된다. 살처분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감염된 소는 일반 소와 격리해 관리한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감염된 소에 대한 살처분이나 격리 조치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소식통은 “브루셀라병이 발생해 상당수의 젖소와 역우가 죽어 나가고 있지만 살처분을 하지 않고 있다”면서 “오히려 (병에 걸려) 죽은 소를 식용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육사 주변에 대한 소독도 제대로 하지 않아 병의 확산을 부추기고 있다”며 “(북한 수의 방역)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으로는 브루셀라병을 절대로 근절하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고 있다”고 말했다.

브루셀라병은 사람도 감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사람은 주로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 ▲감염된 소가 생산했지만, 저온 살균하지 않은 오염된 우유와 유제품 섭취 ▲충분히 익히지 않은 오염된 육류 섭취를 통해 감염된다.

축산업에 종사하거나 감염된 소의 생산물, 부산물, 유제품을 섭취한 사람들에게도 병이 번질 우려가 있다는 뜻이다.

다만, 사람이 브루셀라병에 걸리면 소에 나타나는 증상이 생기지는 않는다. 사람이 감염되면 일반적으로 발열, 오한, 심한 두통, 허리 통증 등의 증상을 뼈 및 관절 통증, 기타 전신 증상을 겪으며 대부분은 치료받지 않아도 몇 주 내 회복된다.

살처분할 경우 경제적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므로 식용으로 섭취 또는 판매해 조금이라도 수익을 남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염병에 대한 이해 부족과 살처분에 대해 북한 당국이 제대로 보상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아프리카돼지열병(African Swine Fever, ASF)이 북한에서 유행했을 당시 일부 주민들이 감염된 돼지를 섭취하는 사례가 종종 포착됐다. 여기서 ASF는 사람에게 전염되는 질병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