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반북대결론자입니다”
들으면서도 귀를 의심했다. 잘못 들은 건 아닌지 몇 번이고 되뇌어 보았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었다. 바로 통일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통일부 장관이라 쓰고 북한 로동당 선전비서라 부르고 싶다)의 발언을 두고 하는 말이다.
지난 12월 19일 통일부 업무보고를 한마디로 평가하면 북한 로동당 회의에서 김정은에게 보고한 선전장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과한 표현일까?
북한이 3중 철조망을 쌓은 것이 남측의 북침을 우려한 것이다라는 대통령의 발언에서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남쪽이 북침할까봐 북한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발언을 과연 휴전상태이자 북한을 주적으로 둔 대한민국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말인가. 대통령의 책무와 자격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도 자격이 없는 망언이다.
2026년을 ‘평화공존의 원년’으로 하고 대북제재 해제와 원산갈마지구 관광 활성화, 베이징-서울 고속철도 건설 등을 추진하겠다는 통일부의 구상은 실현 가능성을 떠나 대체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 주민들의 알권리를 위한 대북방송은 전면 중단했으면서, 반대로 북한 방송과 로동신문은 개방한다고 한다. 민생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북한방송 개방을 왜 이리 서두르는지 그 의도는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알 수 있다. 북한방송 개방에 대해 대통령은 “방송을 보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가느냐?”라는 취지로 물었다. 북한방송이 국민의 알권리가 아닌 국가보안법 폐지 의도와 관련이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만약 북한방송을 개방하고 로동신문을 자유롭게 보게 된다면, “안방에서 자유롭게 로동신문 보는 시대에 이 무슨 낡아빠진 국가보안법이냐”라는 말이 나올 것이다. 국민들이 현혹되느냐 그렇지 않느냐로 논쟁하기 보다 왜 이걸 강행하려는지 그 숨은 의도를 봐야 한다.
통일부의 업무보고 중에서도 압권은 바로 북한 인권에 대한 인식이었다. 정동영 장관은 “지난 정권이 추진했던 반북대결론의 상징인 북한인권센터를 백지화 시켰습니다.”라며 자랑스럽게 대통령에게 떠벌렸다. 필자는 지난 정권 당시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북한인권센터 설립 자문위원’으로 위촉받았다. 북한인권센터가 반북대결론의 상징이면 지난 정권 통일부나 필자 모두 반북대결론자들이라는 말이 된다. 작년 통일부와 올해 통일부는 다른 기관인가? 작년에 북한 인권 관련 업무를 본 통일부 담당자들은 반국가세력이고, 지금 평화협력 관련 부서에서 일하는 이들은 국가공로자이자 영웅들인가?
더욱이 북한 인권이라는 용어대신 남북인권협력이라 이름 지은 것은 더욱 가관이다. 마치 남북한 모두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뉘앙스다. 남북인권협력의 초점은 장애인, 아동이다.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공개총살, 인신매매, 강제낙태 등 인류 보편적 관점의 인권의 개념을 완전히 희석해버렸다.
북향민에 대한 용어는 또 어떠한가. 분명히 통일부 장관이 탈북민 용어를 북향민으로 수정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발언을 했다. 그런데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는 모두 북향민으로 기정사실화 하여 사용하고 있다. 정동영 장관이 “탈북민 전원이 탈북민이라는 용어를 반대한다”라는 표현은 허위사실이자 가짜뉴스다. 여기가 북한인가? 어떻게 전원이 같은 의견을 낼 수 있단 말인가? 그것도 3만 4천명이? 탈북민은 “관리대상”이라는 표현에서도 잘 드러난다. 현 정권이 탈북민을 어떻게 인식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 아니 미쳐 돌아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재체제에서 신음하는 동포를 구해내고, 남북한 주민 모두가 자유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경제적 풍요로움을 누리며 살아가는 것이 그리도 어려운 일인가? 북한 인권을 주장하는 것이 반북대결론자라고 규정짓는다면, 필자는 친히 반북대결론자가 되련다. 그 이름도 자랑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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