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안전원이 한국 노래 가사가 적힌 수첩을 소지하고 있던 대학생을 적발했지만 별다른 처벌 없이 경고만 한 뒤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대로 처벌할 경우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담당 안전원들도 관리 소홀로 책임을 질 수 있어 안전원들이 이를 눈감아주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황해남도 소식통은 “특별경비 주간이던 지난 14일 밤 숙박 검열이 있었다”며 “한 세대에서 당기관 간부의 대학생 딸이 한국 노래 가사가 적힌 노래집을 가지고 있었던 게 발각돼서 문제가 될 뻔했다”고 전했다.
당시 그 대학생이 소지한 수첩에는 한국 대중가요인 ‘바위섬’과 ‘바램’의 가사가 적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안전원이 “이 가사는 한국 노래가 아니냐”고 추궁하자 이 대학생은 “한국 노래가 아니고 중국 연변 노래”라고 둘러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가사가 한국 노래라는 것을 알고 있던 안전원은 “너는 대학생이고 발전성이 있는 집안인데, 가족들까지 앞날을 망치고 싶냐”고 호통치며 당장 노래 수첩을 찢어버릴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뒤 안전원은 해당 대학생과 가족들에게 강하게 경고만 하고 처벌이나 별도의 보고 없이 현장을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처벌 대상”이라며 “다른 안전원에게 걸렸다면 출학(퇴학)이나 단련대 처분, 재수가 나쁘면 교화형까지도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제27·28조는 한국(괴뢰)이나 적대국의 영화·음악·도서·노래·사진 등을 시청·청취·보관하거나 이를 유입·유포할 경우 최소 5년 이상의 노동교화형을 부과하고, 대량 유포나 조직적 시청 등 정상이 무거운 경우에는 무기노동교화형이나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영화나 드라마 또는 노래를 보거나 듣다가 발각될 경우 최소 노동교화형에 처해지는 등 강력한 처벌을 받은 사례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으로 단속에 걸렸다는 얘기를 예전만큼 많이 듣지 못한다”는 말도 나온다.
소식통은 “워낙 강한 처벌을 받으니 사람들이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도 발각되지 않기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해서 조심하고 있고, 또 안전원들도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문제가 생기면 좋지 않으니 눈감아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규정대로 처벌할 경우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안전원도 감시 소홀로 책임을 져야 할 수 있기 때문에 경고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중앙에서 단속조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위반 사례를 검열하기 위해 파견될 경우 규정대로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소식통은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한국 노래를 듣다가 발각됐을 때 모든 안전원들이 경고만 하고 넘어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한 번씩 중앙에서 검열조가 파견될 때는 꼼짝없이 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늘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