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농장 10곳 중 6곳이 ‘빚더미’에 허덕여… 그 원인은?

예산 감소·2모작 강행·경직된 지시체계 등으로 농장 수익성 악화... 경영 유연성 막히니 부채만 누적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14일 영광군 인다농장과 북청군 룡전과수농장에서 새집들이와 결산 분배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농업을 떠받쳐 온 농장들이 심각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최근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결산 결과 빚을 갚지 못한 농장이 전체의 60%를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안남도 농촌경리위원회의 회계 자료를 봤다는 한 소식통은 “국가의 농업 예산 감소와 중앙·지방 차원의 지원 한계로 인해 농업 자재, 농기계, 시설 투자 비용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과도한 부채를 떠안은 농장들이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에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의 농장들은 한 번 빚을 지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흉작 등으로 소득이 줄 경우 원금 상환이 더욱 어려워지는 구조에 놓여 있다고 한다. 일부 농장에서는 이를 메우기 위해 고리대까지 손을 대면서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계획 수행을 위해 무리하게 추진되는 2모작 재배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토양이 회복될 시간을 갖지 못하면서 토지 생산성이 떨어지고, 이에 따라 경영비는 상승하는 반면 농장 수익은 줄어들어 자립성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군(郡) 농업경영위원회 중심의 일방적인 지시 체계로 운영되는 경직된 구조도 농장 경영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토양 상태 악화로 농경지를 더 이상 경작할 수 없게 된 사례가 늘고 있는 데다, 비료·농약·농자재 가격 급등이 영세 농장의 재정 자립성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농장 부채 문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 농촌에서 농장 경영의 낮은 자율성은 생산 효율성 저하뿐 아니라 농촌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산지 농장을 중심으로 인력을 보완해 주던 소의 마릿수가 줄고, 트랙터 등 농기계 가동도 감소하면서 기경(起耕), 하천과 배수로 정비, 배수로 청소, 잡초 제거, 농로 관리 등 공동 작업에 큰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개천시와 덕천시를 포함해 영원·대흥·맹산·성천군 등 평안남도 중·동부 산간 및 중산간 지역 농장들의 어려움이 두드러지고 있다. 경사가 많고 필지가 잘게 나뉜 이들 지역은 기계화가 쉽지 않아 그동안 소와 인력이 농업을 지탱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소 사육 감소와 함께 젊은 농민들의 영농 포기가 늘어나면서 농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농업 부진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약화, 생활 환경 악화, 인구 유출 가속 등 농촌 전반의 생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농민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정책 전환이 이뤄지지 않는 한, 북한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농업은 이론적으로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산업이지만, 현실에서는 생산 비용은 늘고 소득은 불안정해지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농장들이 부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농촌 진흥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장과 농가의 실질적인 소득 증대를 목표로 정책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농장 경영에 일정 수준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농민이 노력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농민의 삶을 개선하고 농촌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