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김정은과의 만남을 오매불망
트럼프가 김정은을 한국에서 만나고 싶다고 한 발언은 이재명 정부의 지원과 역할을 주문한 사인이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는 북한과의 소통 채널이 하나도 없다. 모두 닫힌 상태이다. 북한은 한국을 계속해서 제1의 적대국가로 몰아붙이며 전혀 상종하려고 하지 않는다. 트럼프는 답답할 것이다. 김정은과의 첫 만남에서는 한국 정부가 상당히 많은 지렛대 역할을 했는데 말이다.
트럼프가 아시아 순방 기간 계속해서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강하게 내비친 것은, 그만큼 미국도 북한과의 채널이 닫혀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전혀 물밑 조율이 되지 않는 가운데,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추파를 계속 던지는 모양새다. 트럼프는 북한이 실제적인 핵보유국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으면서 김정은과의 만남을 오매불망하고 있다. 지금 트럼프 머릿속에는 온통 김정은을 만나려는 생각뿐이다. 하지만 그의 희망이 성사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러시아 푸틴의 입장
러시아 외무성의 초청으로 북한 최선희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했다. 28일자 노동신문은 최선희가 전날(27일) 푸틴을 만났다고 보도했는데, 이 자리에서 푸틴은 북러관계 강화를 강력히 주문하며 북러 외교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를 했다고 한다. 여기서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에 대해서도 충분히 의견이 오고 갔을 것이다. 트럼프가 이미 전부터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는 터라, 푸틴이 여기에 대해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푸틴은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을 환영할까. 아니면 반대할까. 대놓고 간섭할 순 없지만, 만나라고 부추기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만남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주된 이유는 지난번 트럼프와 푸틴의 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양국 회담이 결렬되면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편으로 돌아섰다. 러-우 전쟁은 더욱 과열되어 우크라이나가 모스크바 인근(라쟌 정유소)까지 드론 공격을 하는 악화일로에 놓이게 되었다.
트럼프와 푸틴의 감정의 골이 깊은 상태에서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게 되면, 비록 북한의 비핵화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지만, 러시아에 대한 북한 병력 파병 중단을 요구할 수도 있다. 더욱이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나고자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러시아와 중국에 많이 기울어있는 북한을 미국 쪽으로 끌어당기기 위한 목적이 크다. 즉, 북·중·러 삼각동맹에 균열을 내려는 측면이 강하다. 이것을 모를 푸틴이 아니다. 분명히 푸틴은 북러관계뿐만 아니라 북·중·러 삼각동맹을 강조했을 것이다. 북·중·러 삼각동맹의 핵심은 미국에 대한 공동대응이다.
최선희 외무상은 러시아 외무상과 회담(10.27)도 가졌다. 노동신문은 회담 관련 담화문을 실었는데, 아래와 같다.
“양국 사이의 고위급 래왕(왕래) 및 다방면적인 협력 계획, 두 나라의 관심사로 되는 주요 국제 현안들과 관련한 외교적 조정에 중심을 두고 건설적이며 유익한 전략적 의사소통이 진행되었으며 토의된 모든 문제들에서 견해 일치를 이룩하였다.”
다음 내용이 더 주목할 부분이다.
“로씨야(러시아) 연방 측은 국가의 현 지위와 안전 이익, 주권적 권리를 굳건히 수호하려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측의 노력과 조치들에 전적인 지지를 표명하였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측은 우크라이나 분쟁의 근원을 제거하고 특수군사작전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취하는 로씨야 측의 모든 조치들에 대한 변함없는 공감과 지지를 표시하였다.”
위의 “주권적 권리를 굳건히 수호”하려는 북한의 노력과 조치는 곧,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요구를 가리키는 것일 것이다. 여기에 대해 러시아는 전적인 지지를 표명했다는 것이고, 북한은 러-우 전쟁에 계속해서 무기와 병력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탄탄한 군사동맹 과시로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겠다는 쌍방 간의 약속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고 있는 미국은 분명히 적대국일 수밖에 없다. 적대국의 트럼프를 김정은이 만나기는 쉽지 않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 시진핑의 입장
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만나게 되고 정상회담을 갖게 될 것이다. 북·중·러 삼각동맹을 완전히 갖춘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에게 꿀릴 것이 없다. 더욱이 북·중·러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다. 미국에 있어 현실적으로 가장 위협이 되는 삼각동맹 체제이다. 여기에 미국의 일극 체제를 견제하며 다자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시진핑은 많은 국가들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트럼프는 관세 문제로 동맹국들에게 깊은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시진핑은 북한문제에 대해서도 중간자 역할을 하고 싶을 것이다. 과거에는 김정은이 이것을 거부한 측면이 있지만, 현재는 삼각동맹 체제 아래 있기에 김정은이 개인적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왜냐하면, 삼각동맹 체제의 리더는 시진핑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실 시진핑이 푸틴과 김정은의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둘은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왕따 신세였을 것이다. 푸틴이 전쟁을 일으킨 전범임에도 별 탈이 없는 것은 시진핑의 물밑 지원 때문이다. 시진핑이 김정은을 끌어안은 것도 북러 군사동맹을 맺은 상황에서 북한을 외면하기 어려웠기 때문일 것이다. 결정적으로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호감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먼저 선수를 쳐서 중국 전승절에 김정은을 초청하여 북·중·러 삼각동맹 구도를 만들어 과시한 것이다.
이러한 삼각동맹 체제에서 시진핑은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려면 자신을 통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만나는 것을 무조건 거부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자신이 그 중간 역할을 하고자 할 것이다. 트럼프에게 김정은이 자신의 손안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과시하고 싶을 것이다. 필자는 이전에 트럼프가 시진핑을 북경(北京)에서 만날 것이라고 장담했을 때, 시진핑의 중재로 김정은과도 북경에서 만날 수 있겠다고 내다봤지만, 현실적으로 트럼프가 중국을 방문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한국에서 만나고 싶다는 발언을 했을 것이다.

트럼프와의 만남, 김정은에게는 절호의 기회
사실 김정은 입장에서도 트럼프와의 만남은 절호의 기회이다. 트럼프가 이미 여러 차례 북한을 실제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만큼 트럼프와 직접 만나서 이것을 확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과 푸틴은 삼각동맹을 강력히 내세우면서도 트럼프처럼 대놓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한 사실이 없다. 지난 중국 전승절에서도 삼각동맹 구도를 과시하며 북중 정상회담도 가졌지만, 시진핑은 북한의 핵보유 사실 발언은 애써 피했었다. 반면, 트럼프는 이미 몇 번째 대놓고 표현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의 이 발언은 김정은을 만나려는 하나의 립서비스(lip-service)일 수도 있다. 정작 만나서는 핵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을 수 있다. 오직 김정은과 만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트럼프이기 때문이다. 김정은과 만남으로 자신이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도자임을 과시하기 위함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트럼프의 발언은 하나의 낚시에 불과할 수 있다. 김정은은 이 점을 깊이 염두하며 머릿속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김정은과 만나 공식적으로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인정해 주지 않더라도 김정은 입장에서는 트럼프를 만나는 자체로도 그의 몸값을 올리는 것이기에 크게 마다할 이유가 없다. 분명히 중·러와 미국 양쪽에 구애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김정은으로서는 행복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트럼프와의 만남은 정말 뿌리치기 쉽지 않은 유혹일 것이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삼각(군사)동맹 체제가 강력한 상황에서 김정은의 개인행동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이 시점에 러시아 외무성이 최선희를 초청한 것도 하나의 압박 수단으로 판단된다.
그럼에도 만일 김정은이 트럼프의 구애를 받아들인다면, 중·러와 미국 사이에서 일정 역할을 해보고자 하는 야망에 이끌리는 것이다. 삼각동맹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더욱 발휘하려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만일 푸틴과 시진핑이 강하게 거부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면, 트럼프의 구애에 응답할 수도 있다. 외교적으로 호재를 만나는 김정은, 이러한 현실이 참 기가 막히고 답답하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만남을 절실히 바라기에 언론을 통한 공개 구애와 함께 채널을 통한 시그널을 보내고자 할 것이다. 트럼프가 아세안 정상회의로 말레이시아에 가있는 만큼 얼마 전 중러 2 인자들 보다 극진한 대우를 받고 김정은과 친분을 과시했던 베트남의 1인자 또럼 당 서기장의 지원을 받으려고 할 것이다. 현재 정상회의에는 베트남 총리가 참석하고 있다.
트럼프·김정은 만남 성사되면 이재명 정부에게도 기회
만일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이 판문점에서 성사된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덩달아 어느 정도는 중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적어도 안내자 역할은 하지 않겠는가. 트럼프가 혼자서 김정은을 만나면 그것만큼 외교적 실례는 없다. 지난번 미국을 방문해서 무엇보다 김정은과의 만남을 강력 추천하며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을 트럼프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북미 정상 만남과 더불어 김정은과 이재명이 만난다면, 꽉 막힌 남북관계에도 숨통이 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만일 트럼프가 일본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 한 발언, ‘바로 그쪽’(over there)이 판문점이 아니라 원산을 포함한 북한 지역을 가리킨 것이라면 이재명 정부는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보는 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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