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김정은 당’ 완성됐는데, 충성 맹세 왜 약해졌나?

북한이 5000t급 신형 구축함의 두 번째 함인 ‘강건’호의 취역식을 개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7일 밝혔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권력 독점의 제도화 

북한이 9차 당대회를 기점으로 김정은 일인 중심체제로 한층 더 제도화했다. 이를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한 헌법이다. 최근 개정 헌법에서 김일성-김정일 지우기를 하면서 김정은은 명실공히 헌법적 통치의 정점에 올라섰다. 사실상 ‘김정은 헌법’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로 국가권력이 김정은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선명해졌다.

북한은 2024년을 ‘김정은 시대의 본격화’로 내세우며 ‘김정일 조선’에서 ‘김정은 조선’으로의 전환을 강조해왔다. 2025년에는 급기야 ‘위대한 김정은 시대’를 표방하며 김정은을 가장 탁월한 수령으로 부각했다. 이런 흐름에서 보면 2026년 9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의 권력 독점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이제 그의 지도적 권한을 국가의 통치규범 속에 더욱 명확하게 제도화한 것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 9월 3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에서 공개한 제9차 당대회 개정 당규약이다. 여기에서는 조선노동당이 사실상 ‘김정은의 당’으로 재정립됐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총비서의 권한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를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방향이 더욱 분명해졌다.

이미 노동신문은 올해 초 김정은을 조선노동당의 ‘위대한 수령’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기도 했었다. 이처럼 당규약과 헌법 모두에서 김정은의 위상을 절대화하며 쾌속 질주하던 북한이다.   

학교교육의 핵심목표가 된 김정은의 사상과 영도

수령으로서 김정은의 위대성은 그의 사상과 영도를 통해 끊임없이 증명되어야 한다. 따라서 ‘김정은의 사상’은 선전의 영역을 넘어 교육 현장에서도 반복적으로 학습되고 내면화되어야 한다.

최근 북한이 특히 강조하는 것도 학습을 통한 김정은 사상의 ‘체질화’이다. 학교 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 9월 2일부터 열린 ‘제15차 전국교원대회’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제9차 당대회가 제시한 ‘교육혁명’을 관철하기 위한 대회라고 강조했고, 김정은 역시 연설을 통해 학교 교육 구조의 근본적 변화를 강하게 주문했다.

핵심 가운데 하나는 김정은에 대한 사상교육을 12년제 의무교육 과정 전반에서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2013년부터 이미 소학교에서는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어린시절>, 초급중학교에서는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혁명활동>, 고급중학교에서는 <경애하는 김정은원수님 혁명력사>를 정규 교육과정에 편성해왔다. 하지만 김일성과 김정일 관련 과목에는 각각 더 많은 시간이 배정돼 김정은 관련 교육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컸다.

제9차 당대회를 거치며 이러한 교육체계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전국교원대회 역시 김정은의 사상과 업적, 이른바 ‘위대성 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교육 변화는 북한 내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 조총련계 조선학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선학교 교원들도 이번 대회에 소집되어 관련 교육과 강습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 나타난 두 가지 이상 신호

이처럼 ‘김정은의 깃발’을 달고 쾌속 질주하고 있었던 북한이다. 그런데 최근 필자의 눈에 들어오는 두 가지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다. 하나는 9월 6일에 열린 구축함 ‘강건’호 취역식에서 김정은이 한 연설이고, 다른 하나는 9월 9일에 열린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다.

물론, 전자는 김정은의 개인적 위상과 직접 연결된 사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반면 후자는 김정은에 대한 충성과 권력의 상징화라는 측면에서 그의 위상과 직접 연관된다. 두 사례의 성격은 서로 다르지만, 공통으로 이전보다 표현의 수위가 다소 조절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강건호 취역식에서 달라진 김정은의 언어

강건호 취역식에서 나온 김정은의 연설은 지난해 발언과 비교하면 다소 수위를 조절한 흔적이 보인다. 지난해 김정은은 구축함 전력을 설명하면서 ‘다목적 공격형’, ‘초강력 선제공격력’, ‘태평양상에 침략의 전초기지’ 등의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핵을 포함한 선제적 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었다.

물론, 이번 연설에서도 ‘핵무장화 실현’, ‘핵전투체계들의 실전화’, ‘사실상의 공격형 구축함’ 등 공세적 표현은 여전히 등장한다. 그런데 동시에 ‘현존 위협에 대한 대응’, ‘해상주권 수호’, ‘보복타격’, ‘전쟁억제 수행’ 등 방어적 측면의 언어를 많이 구사했다. 작년과는 확실히 온도 차이가 났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후의 보도 흐름이다. 9월 8일 노동신문 논설에서는 ‘사상위력’을 집중적으로 강조하면서도 직전까지 대대적으로 보도했던 구축함에 대해서는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국가 방위력을 다루면서도 핵무력과 신형 무기체계를 공세적으로 부각하기보다는 일정한 거리두기를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물론 이것만으로 북한이 핵무력 강화 노선에서 후퇴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북한은 제9차 당대회를 통해 핵전력의 실전배치와 운용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그렇다면 최근의 언어 변화는 정책의 변화라기보다 대외적 메시지의 수위 조절일 가능성이 높다. 필자에게는 향후 미국과의 협상이나 정상외교 가능성을 염두 한 전략적 측면으로 읽힌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정권수립일인 9·9절 78주년을 맞아 전날(8일) 평양에서 시가행진과 경축야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일성광장에서는 국기 게양식이 진행됐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에서 나타난 변화

더 주목되는 것은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다. 이 행사는 지난해부터 국가적 행사로 본격화됐다. 당시 노동신문은 국기게양식 하루 전인 2025년 9월 8일 ‘정론’을 통해 김정은에게 충성하는 것을 ‘최대의 애국’으로 규정했다. 김정은의 권위와 국가의 위상을 사실상 하나로 연결시킨 논리였다.

국가를 상징하는 것은 국기다. 그런 점에서 당시 정론의 목적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김정은을 국가로 인식시키는 것이었고 이튿날 열린 ‘국기게양식’은 곧 김정은에 대한 충성의 표식이었던 것이다.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총집결한 가운데 참가자들은 다음과 같이 맹세했다.

“국가지도간부들은 공화국의 장성 발전사에 특기할 거창한 변혁과 기적의 새 전기를 펼쳐가시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들며 후손만대 길이 빛날 영광스러운 우리 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무궁한 안녕과 번영을 위하여 헌신 분투해갈 충성의 맹세를 다짐하였다.”

문맥상 김정은에 대한 충성 맹세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처럼 국기게양식과 중앙선서모임이 김정은 권위를 강화하는 정치적 의례로 기능한 것이다.

그런데 올해 행사는 조금 달랐다. 노동신문 기사만으로는 그 차이가 쉽게 드러나지 않지만, 조선중앙TV 방송을 자세히 보면 변화가 보다 선명하다. 김정은이 행사장에 등장한 뒤 국기가 게양되고, 김정은이 선서문을 선창하며 참가자들이 이를 따라 선서하는 방식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올해 선서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자주권과 조선인민의 이익을 옹호하고 국가와 인민을 위해 복무하는 책임있는 일원으로서 인민의 복리와 국가의 장성발전을 도모함에 무한히 성실하며 공화국헌법을 철저히 수호하고 법적의무를 엄격히 이행하며 사회주의이념과 사회주의제도를 굳건히 고수하고 사랑하는 조국에 충성하여 그 위대함과 아름다움을 무궁토록 이어가는데 몸과 마음을 다 바쳐나갈것을 성스러운 국기앞에 엄숙히 선서하였다.”

주목할 것은 선서의 중심이 김정은 개인에 대한 직접적 충성보다 ‘공화국헌법’, ‘국가와 인민’, ‘사회주의제도’, ‘조국에 대한 충성’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김정은의 연설이 끝난 뒤 참가자들의 반응을 소개한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의 표현도 지난해와 차이가 있다.

“전체 참가자들은 위대한 김정은동지의 독창적인 인민대중제일주의국가건설사상을 높이 받들고우리 국가의 불멸할 영광과 우리식 사회주의의 승리를 위한 력사적성업의 전위에서 지칠줄 모르는 정열과 완강한 분투로 인민이 부여한 중대한 책무를 다해나갈 철석의 의지를 가다듬었다.”

지난해에는 “위대한 김정은 동지의 사상과 영도를 일편단심 충직하게 받들며”라고 했다. 올해는 “김정은 동지의 독창적인 인민대중제일주의국가건설사상을 높이 받들고”라고 표현했다. 미묘한 차이가 있다. 지난해 표현이 김정은 개인과 그의 영도에 대한 직접적인 충성의 성격이 강했다면, 올해는 국가와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이런 양상은 지난 9월 9일자 노동신문 사설에서도 확인된다. 올해는 국기게양식 당일 글을 게재했는데, 지난해의 ‘정론’과 달리 ‘사설’ 형식을 취했다. 내용에서도 차이가 감지되었다. 김정은을 여전히 ‘위대한 수령’이라고 묘사하고 그의 ‘은덕’을 깊이 새길 것을 주문했지만, 지난해 정론과는 달리 김정은을 국가로 등치시키지는 않았다.

국기게양식에 대한 노동신문의 기사 보도에서도 차이가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행사와 관련한 사진을 상당히 많이 게재하며 행사의 정치적 상징성을 시각적으로 부각시킨 반면, 올해 관련 기사에 실린 사진은 단 두 장이었다. 참가자들의 전체 모습과 김정은의 연설 장면이 전부였다. 선서문의 표현뿐 아니라 사설의 내용과 형식, 관련 사진 게재 규모까지 함께 놓고 보면 지난해와는 분명히 다른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무엇이 속도 조절을 하게 했는가?

필자는 올해에도 ‘국기게양식 및 중앙선서모임’이 개최될 가능성을 높다고 보았다. 특히, 9차 당대회를 통해 김정은의 위상이 제도화되어 절대 권력이 된 만큼 지난해보다 한층 강한 김정은 충성의 언어가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오히려 이번 행사는 김정은 개인을 전면에 부각시키기보다 국가, 헌법, 인민, 사회주의제도 그리고 국가에 대한 ‘애국’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구성됐다.

물론, 한 차례 행사의 문구 변화만으로 김정은 개인숭배나 유일영도체계 강화에 제동이 걸렸다고 해석하는 것은 성급하다. 제9차 당대회 이후 진행된 당규약과 국가체계의 변화는 오히려 김정은의 권력이 더욱 강력하게 제도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변화가 더 흥미롭다. 김정은의 절대적 권력을 제도적으로 완성해 놓고도, 왜 가장 상징적인 국가 행사에서는 김정은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충성의 표현을 오히려 다소 낮췄을까.

필자가 볼 때는 쾌속 질주하다 살짝 브레이크를 잡은 느낌이 든다. 속도 조절을 한 것이라면 그 이유를 추적할 필요가 있다. 그 작은 변화가 오늘 북한의 향방을 알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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