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북한 DMZ 공사, ‘국경화’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이유

비무장지대(DMZ)에서 철책을 따라 경계시설물을 점검하고 있는 우리 군 장병. /사진=연합뉴스

최근 서부전선을 담당하는 육군 제1군단장이 직무에서 배제(8.3)되었다. 올해 상반기부터 일부 최전방 초소가 중화기에 실탄을 장착하지 않은 채 경계 작전을 수행한 사실이 드러난 데 이어, 한미연합훈련을 위해 비행하던 미군 무인기를 적기로 오인하여 요격을 준비하는 일까지 발생했기 때문이다. 1군단이 미군의 비행계획을 사전에 통보받고도 상급 부대에 보고하지 않은 데 따른 사고였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는 서부전선만의 일이 아니었다. 최근에는 동부전선을 담당하는 제3군단 예하 GOP 일부 부대에서도 경계화기에 실탄을 장착하지 않은 채 근무가 이루어졌다는 보도까지 이어졌다. 일련의 이 같은 사태는 특정 지휘관이나 특정 부대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군 최전방 경계태세 전반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동시에, 지금 우리 군과 사회가 북한의 위협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를 냉철하게 돌아봐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일대에서 철책을 설치하고 도로를 정비하는 움직임을 두고도 이를 단순한 ‘국경선화 작업’으로 보는 해석이 확산되고 있다. 김정은이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고, 2026년 개정 헌법에서 대한민국을 남쪽의 접경 국가로 명시했으므로 북한이 이제 통일을 포기하고 국경을 굳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북한의 DMZ 공사에는 국경 관리와 방어태세 강화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국경화로만 해석하는 것은 북한의 헌법과 핵무력 정책, 군사전략을 지나치게 낭만적으로 받아들이는 처사이다.

지난 칼럼(5.15)에서 필자는 2026년 북한 개정 헌법에 두 국가론이 반영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근거는 사실상 두 가지뿐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나는 북한 영역이 남쪽으로 대한민국과 접하고 있는 영토라고 규정한 영토조항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 헌법에서 평화통일, 민족대단결, 조국통일 등의 용어가 삭제된 것이다. 그러나 개정 헌법 어디에도 ‘두 국가론’,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라는 표현은 직접 명시되지 않았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접경 국가로 규정했지만, 남한을 김정은이 요구했던 ‘제1의 적대국’이나 ‘불변의 주적’으로 헌법에 명시하지도 않았다. 이는 북한이 두 국가관계의 형식은 제도적으로 반영하면서도, 그 성격과 장기적 목적에는 여전히 전략적 모호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모호성을 가장 잘 보여주는 용어가 바로 ‘영토완정’이다.

영토완정, ‘수호’만이 아닌 ‘회복’의 의미도 여전히 내포

영토완정은 현재의 영토를 보존하고 지킨다는 ‘수호’의 의미와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상실된 영토를 되찾아 국가영역을 완성한다는 ‘회복’의 의미를 동시에 지닌다. 북한은 최근 이 용어를 국가주권과 영토를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개념으로 설명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해석에 따라 북한의 DMZ 철책과 도로공사를 방어적 국경화 작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러나 개정 헌법의 조문 배치를 살펴보면 영토완정을 수호의 의미로만 해석하기 어렵다. 만약 영토완정이 현재 북한이 지배하는 영역과 국경을 지키는 의미에 불과했다면, 가장 자연스러운 위치는 새롭게 신설된 영토조항일 것이다. 북한은 개정 헌법 제2조에서 중국·러시아·대한민국과 접하는 국가영역을 규정하고, 영역에 대한 침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그럼에도, 영토조항에는 ‘영토완정’이라는 표현을 넣지 않았다.

대신, 영토완정은 국가의 영역을 규정한 조항이 아니라 무장력의 사명을 규정한 국방조항에 배치되었다. 개정 헌법은 북한 무장력의 사명을 “국가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권익을 옹호”하고 사회주의 제도와 혁명의 전취물을 사수하는 데 있다고 규정했다. 영토완정을 행정적 국경 관리의 개념이 아니라 군대가 수행해야 할 사명으로 설정한 것이다. 이는 영토완정이 단순한 영토 보존뿐만 아니라 군사력의 행사와 결합될 수 있는 개념임을 시사한다. 영토완정을 현재의 영토를 수동적으로 방어하는 의미로만 해석하기에는 헌법의 체계와 배치 방식이 다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는 것이다.

영토완정을 단순히 국경을 지키는 개념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가 또 있다. 북한은 2022년 국가핵무력정책을 법제화하면서 영토완정을 핵무력 운용 및 국가방위의 목적과 연결했다. 이 정책의 핵심은 핵무기를 최후의 보복 수단으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북한 최고지도자와 핵지휘체계에 대한 위협, 국가존립에 대한 중대한 위기, 전쟁의 주도권 장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상황 등에서 선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데 있었다. 그 공격 대상에 미국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포함시켰다.

따라서, 2022년 국가핵무력정책에 등장한 영토완정은 처음부터 순수한 국경 수호의 문맥에만 놓여있지 않았다. 남한에 대한 핵 선제사용 가능성을 제도화한 군사정책과 결합되어 사용된 개념이었다. 이는 영토완정이 현재 영역의 방어만이 아니라 핵무력을 포함한 군사적 수단을 통해 북한이 의도하는 영토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회복적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4일 “최고인민회의 제15기 제1차 회의 2일 회의가 전날(23일)에 진행됐다”며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 내용을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회주의헌법’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헌법’으로 개칭하는 문제가 다뤄졌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여기서 2023년과 2026년 헌법의 차이를 분명하게 볼 필요가 있다. 북한은 2023년 국가핵무력정책을 헌법에 반영했다고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이후 공개된 개정 헌법을 비교하면 2023년 헌법의 국무위원장 권한에는 핵무력정책의 핵심 내용들이 반영되지 않았다. 국가핵무력정책이 실제로 헌법의 구체적인 권한과 국방체계 속에 포함된 것은 2026년 개정 헌법에서였다.

결국, 2022년 국가핵무력정책에서 핵 선제사용과 함께 사용됐던 영토완정이 2026년 국가핵무력정책의 실질적인 헌법화 과정에서 국방조항에 자리 잡은 것이다. 이 연결 관계를 고려한다면, 영토완정을 단순히 북한이 현재의 영토를 지키겠다는 방어적 선언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영토완정은 세 가지 측면에서 군사적, 회복적 의미를 남긴다. 첫째, 이 용어는 영토조항이 아니라 무장력의 사명을 규정한 국방조항에 배치되었다. 둘째, 2022년 남한에 대한 핵 선제공격 가능성을 포함한 국가핵무력정책과 연결되어 사용되었다. 셋째, 그 국가핵무력정책이 실질적으로 헌법화된 2026년 개정 헌법에서 영토완정 역시 헌법적 지위를 갖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북한의 DMZ 철책 설치와 도로정비 목적도 재검토해야 한다. 북한이 도로를 닦고 장벽과 철책을 설치하는 것은 당장 남북 간 이동을 차단하고 국경선을 고착하는 작업일 수 있다. 그러나 도로는 병력과 장비를 이동시키는 기반시설이기도 하다. 군수물자 수송과 부대 전개, 작전지역 접근성을 높이는 군사적 기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다. 정확한 군사적 용도는 정보당국과 군이 구체적으로 분석해야 하지만, 적어도 ‘국경화’라는 하나의 해석만으로 그 가능성을 닫아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의 군사적 움직임도 낙관적 해석을 경계하게 한다. 북한은 핵무기의 양적·질적 고도화를 계속하고 있으며 전술핵, 초대형 방사포, 극초음속무기, 무인기와 전자전 능력을 발전시키고 있다. 러시아와는 유사시 군사원조를 포함한 조약을 체결하고 실제 병력 파견까지 단행하였다. 추후 3만여 명의 병력을 추가 파병한다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과도 긴밀한 군사협력을 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통일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을 두고 DMZ 공사가 진행되니 이제 북한이 현상 유지와 평화공존을 선택했다고 결론짓는 것은 위험한 비약이다.

北, 2024년을 ‘전쟁준비 완성의 해’로 선언한 후 DMZ 작업 본격 착수

더구나 북한의 실제 행동은 이러한 해석에 더욱 신중해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김정은은 적대적 두 국가론을 공식화하기 전인 2023년 8월 29일 인민군 총참모부 훈련지휘소를 방문하여 전군의 준비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할 것을 지시하였다. 당시 그는 전쟁 수행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하면서 ‘전선 및 전략예비병 이용계획’을 비롯한 작전 준비를 강조하였다. 이어 2023년 12월 27일 당 전원회의(8기 9차)에서 두 국가론을 제시하면서 2024년을 ‘전쟁준비 완성의 해’로 규정했고, 전군이 전쟁준비를 질적으로 완성할 것을 거듭 지시하였다.

주목할 점은 북한의 DMZ 철책 설치와 도로정비가 바로 김정은의 명령이 하달된 이후 2024년 4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공사가 곧바로 공격을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소한 김정은이 전쟁준비 완성을 지시하고 전선 지역의 군사적 대비태세 강화를 강조한 시기와 맞물려 추진되었다는 점은 분명하다.

김정은 군수공장 료해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3년 9월 14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1~12일 전술미사일 생산공장을 비롯한 중요 군수공장들을 현지지도하면서 군수 생산 실태를 료해(점검)했다”라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이러한 사실관계를 종합하면, 북한의 DMZ 공사를 단수한 국경 관리나 평화적 두 국가관계의 상징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렵다. 평화적 두 국가관계를 주장하는 이들은 북한이 통일을 포기했으므로 남북이 서로의 국가성을 인정하면 군사적 충돌을 피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그러나 북한의 두 국가론은 평화적 두 국가관계가 아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일반적인 이웃국가가 아니라 적대국으로 규정했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는 직접적인 대상으로 상정하고 있다.

북한이 두 국가관계를 내세웠다는 이유만으로 통일과 대남전략까지 영구적으로 포기했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북한은 개정 헌법에 두 국가론이라는 용어를 직접 명시하지 않았고, 적대국이라는 표현도 헌법에 넣지 않았다. 반면 국가핵무력정책을 실질적으로 헌법화하였고, 영토완정을 무장력의 사명으로 규정하였으며, 김정은은 2024년을 ‘전쟁준비 완성의 해’로 선포한 이후 2024년부터 북한 군부는 전선 지역의 군사적 기반시설 확충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다.

북한은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고 있는데, 우리만 낙관주의에 빠져서는 안 된다. 최근 서부전선 제1군단과 동부전선 GOP 부대에서 드러난 경계태세의 문제는 단순한 군기 해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북한의 위협을 얼마나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북한의 행동을 필요 이상으로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우리의 희망에 맞추어 축소해서도 안 된다. 안보는 상대방이 평화를 원할 것이라는 기대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어떤 개념을 사용하고, 어떤 법과 헌법을 만들며, 어떠한 군사전략을 준비하고, 실제로 어떠한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출발한다.

DMZ 작업은 국경화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국경화만으로 볼 수는 없다. 영토완정이 영토조항이 아닌 국방조항에 들어간 이유, 대한민국에 대한 핵 선제사용을 포함한 국가핵무력정책과 함께 등장한 이유, 그 국가핵무력정책이 2026년 개정 헌법에서 실질적으로 헌법화된 이유, 그리고 김정은이 ‘전쟁준비 완성의 해’를 선포한 이후 전선 지역의 군사적 기반시설 확충이 본격화되었다는 사실까지 함께 보아야 한다.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했다고 믿는 것은 하나의 희망일 수 있다. 그러나 국가안보는 희망이 아니라, 북한이 남겨놓은 모든 전략적 가능성과 실제 행동을 냉정하게 분석하는 현실 위에 세워져야 한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보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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