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자는 최근 새 정부 출범에 즈음하여 한반도 평화와 통일한국으로 가는 길에 미력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북핵 공식 사죄와 초당적 대북정책’, ‘국가정보시스템을 대혁신하자’, ‘대북정책은 고차방정식이다’ 등 3편의 제언 글을 시리즈로 기고했다. (5.28/5.30/6.11자 데일리NK 곽길섭 북한정론).
핵심은 ▲진보·보수 이분법(二分法)이 아닌 실용주의 대북정책 ▲소망(wishful thinking)이나 고정관념이 아닌 급변하는 환경에 주동적으로 대처해 나가는 창의적·입체적 대북정책, 즉 김정은과 국제정세에 대한 정확한 평가에 기초한 외날개가 아닌 양날개 전략전술 추진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김정은이 반민족·반통일의 ‘적대적 2국가론’을 선언(2023.12)하고, 푸틴의 침략전쟁을 지원하기 위해 파병까지 한 지금의 한반도 환경은 우리나라가 평화와 통일의 이니셔티브를 쥐고 나갈 절호의 기회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해 안타깝기 때문이다. 정부나 민간의 이렇다 할 구체적인 액션(action) 없이 소중한 시간이 마냥 흘러왔고, 그 사이에 김정은 얼굴은 젊은 피를 대가로 육해공 무기체계를 발전시키며 확연히 밝아지고 있다. 비상식의 극치이다.
필자는 30년 이상 북한 문제를 다뤄오면서 북한 체제를 변화·정상화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정부가 인류보편적 가치와 동포애의 긴 호흡을 가지고 보다 더 당당하게 북한을 상대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당국·주민과의 《접촉면》 확대를 위한 전략전술적 노력(공개·비공개)을 치밀하고도 치열하게 전개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오고 있다.
그렇지만 문재인-윤석열 정부는 원론 수준에만 머물러 문제였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인데 말이다. 오히려 지난 시기 우리 정부가 보였던 소망이나 원칙 일변도의 대북정책은 김정은에게 핵 능력을 고도화하고 주민들을 더욱 강하게 옥죄일 수 있는 시간과 명분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방치(放置)라는 표현이 과하지 않을듯하다.
평화와 실용을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는 달라져야 한다. 감나무 밑에서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거나 남들이 해주기를 바라지 말고, 스스로 구체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북한당국의 호응 여부를 불문하고 다양한 수준의 회담·교류협력·인도적 지원을 선제적으로 제의해야 한다. 일방적 조치나 일회성으로 끝나선 안 된다. 민간과 국제사회와 공조하에 끊임없이 의제화하며 국내외·북한으로 의지와 비전을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김정은만 여유를 가지게 되고, ‘적대적 2국가론’은 뿌리를 완전히 내리게 된다. 높아진 국격과 국력, 성숙한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과거 김일성이 주창한 대민족회의와 같은 통일전선전술을 활용하는 역(逆)발상까지도 물밑에서는 검토해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자세를 가져야만 논란이 되고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조치도 의미가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와의 전략전술적 공조와 한류, 외부세계 소식 등을 각색이나 과장 없이 사실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파해 나가는 활동을 한시도 멈춰서는 안된다. 새로운 기법과 운동을 더 강화해 나가야 한다. 한반도 평화와 통일한국으로 가는 노정에서는 당국 간 대화 못지않게 일반주민, 특히 젊은 세대와의 직·간접 소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글을 맺으며 다시 한번 강조한다. 우리 대한민국이 북한의 비정상적 정책 노선과 반인륜적 정보통제에 대처하는 최선의 길은 사실(facts)과 동포애의 확산이며,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노력은 물론 국회·언론·민간단체 및 국제사회의 입체적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 평화와 통일은 현실이고 과정(process)이기 때문이다.
유비무환-국론통합-주동작위(主動作爲)-적수천석(滴水穿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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