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다양한 기능성 화장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정작 북한 소비자들은 국산 화장품보다 수입산 화장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양강도 소식통은 데일리NK에 “간부댁이나 정말 돈 있는 사람들은 한국 화장품인 설화수나 공진향을 쓴다”며 “정품은 700위안(한화 약 13만 5000원) 이상이지만 한국 화장품을 써본 사람들은 계속 이 제품들을 사서 쓴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에서 생산하는 ‘설화수’와 LG생활건강의 ‘공진향’은 북한 돈주나 간부 아내 등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계층에서 고급 브랜드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이런 브랜드 제품은 워낙 인기가 많은 탓에 중국에서 생산된 가짜도 잘 팔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설화수나 공진향 가품 가격은 200~300위안(약 3만 8000원~5만 7000원)으로. 정품에 절반도 안 되는 값에 판매된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여기(북한)에서는 한국 화장품이면 무조건 좋다고 여긴다”며 “피부가 맑아지고 주름이 펴진다는 얘기에 써보려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한국 화장품은 가격이 너무 비싸 일반 주민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수준”이라며 “설화수는 간부댁이나 돈주들이 쓰고, 보통 사람들은 10위안짜리 중국산 미백크림도 아껴 쓰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의 일반 주민들도 국산보다는 중국산 화장품을 찾는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국산 화장품은 효과도 없을뿐더러 값도 비싸다는 인식이 퍼져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중국 화장품 중에서도 미백 기능이 있는 제품들이 여기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며 “20~50위안(약 3800~9500원)짜리 ‘비숑’ 화장품은 처음엔 얼굴이 따갑지만 며칠만 바르면 애기살처럼 윤기가 돌고 살색이 까무잡잡해도 일주일이면 하얘진다고 소문이 났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형편이 넉넉하지 않더라도 20~30대 여성 10명 중 4명은 비숑을 쓴다”고 덧붙였다. 북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중국산 화장품이 그만큼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얘기다.
가장 저렴한 것으로 알려진 5~20위안(약 900~3800원)대의 중국산 미백크림도 북한 여성들 사이에서 큰 인기라고 한다.
소식통은 “중국산 화장품은 저렴하면서도 양이 많아 한 통으로 1년 가까이 쓸 수 있다”며 “요즘 장마당에서는 국산보다 중국산 화장품이 훨씬 많고, 조선(북한) 여자들 누구나 쓴다고 할 만큼 중국산 화장품을 많이 쓴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에는 ‘경제력이 있는 사람들이 피부가 좋다’, “피부에 ‘우’(광)이 나는 것이 곧 사회적 신분을 보여준다‘는 말이 돌면서 저렴하고 효과도 좋은 중국산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반면 북한에서 생산된 국산 화장품은 국내 소비자들에게조차 외면받고 있다.
북한의 대표적인 화장품 공장인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향기’ 시리즈와 평양화장품공장의 ‘은하수’의 경우 미백살결물(스킨), 영양크림, 자외선방지크림 등이 포함된 세트 제품이 130~500위안(약 2만 5000원~9만 6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소식통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나 가격이 중국산 화장품에 비하면 훨씬 비싼 데다 피부가 좋아지는지도 잘 모르겠다는 평가가 많다”며 “번지르르한 포장 덕에 결혼식 선물로는 인기가 있지만, 나 쓰겠다고 구매하긴 부담스러운 가격이라 사서 쓰는 사람은 적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