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앞두고 신천박물관 참관 조직…반미·반제 계급교양 강화

4군단 산하 부대 청년동맹 초급단체 일꾼들 참관 후 소감 발표, 웅변 모임도…정작 군인들은 시큰둥

황해남도 신천박물관. 박물관 앞에 ‘사백어머니 묘’(좌측), ‘백돌어린이묘'(우측)가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화면캡처

북한 당국이 6·25전쟁이 발발한 6월을 맞아 반미·반제 계급교양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계급교양의 거점’이라 불리는 황해남도 소재 신천박물관 참관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에 주둔하는 4군단도 산하 부대의 청년동맹 초급단체 간부들을 중심으로 참관을 진행 중이라는 전언이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23일 데일리NK에 “6월 들어 신천박물관 참관이 전국적으로 조직되고, 4군단 소속 군인들의 참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군단 정치부 지시에 따라 각 부대 정치부에서 청년동맹 초급일꾼들을 모아 하루 일정으로 박물관 참관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참관 대상은 주로 군의 기본 전투단위인 중대에서 청년동맹 초급단체 비서 및 부비서로 있는 군인들이며, 이들은 사단 또는 여단 단위에 집결해 단체로 박물관을 참관한 뒤 부대 복귀 후 ‘반미·반제 계급교양’을 주제로 한 발표모임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이들은 참관 소감 발표나 적개심을 불태우는 웅변 모임 등을 통해 군인들의 투쟁 의지를 고취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조직적 계급교양 사업이 실제로는 군인들의 계급의식과 투쟁 의지를 불러일으키는 데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소식통은 “과거 세대에는 이런 참관이나 발표모임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을 수 있지만, 요즘 군인들은 이런 교양에 무감각하고 시큰둥한 세대가 대부분이라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군인들은 사이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정말 그렇게 무기력했단 말이냐”, “1개 중대밖에 안 되는 미군에게 수만 명이 몰살당한 게 말이 되느냐”며 의문을 가지는 반응이 나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볏짚으로 꼬아 만든 끈에 묶여 끌려가고, 철창도 아닌 나무 창살, 발로 차도 무너질 토피벽으로 된 곳에서 학살당했다는 것을 못 견뎌 하는(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군인들이 많다”며 “유치원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면 몰라도 군인들에게 이런 교양은 너무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6·25전쟁 당시 미군과 한국군에 의해 신천군 주민 3만 5000여 명이 학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를 ‘신천 대학살’이라 명명하고, 이 사건을 다룬 신천박물관을 설립해 반미·반제국주의 의식과 적개심을 고취하는 핵심적인 공간으로 활용해오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4년 11월 직접 신천박물관을 찾아 “이곳은 계급교양의 거점이고 복수심의 발원점이며 미제의 야수적 만행을 낱낱이 발가놓는 역사의 고발장”이라며 신천박물관을 통한 계급교양 사업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재건축이 이뤄진 신천박물관은 이듬해인 2015년 북한이 전승절이라 부르는 정전협정 체결일(7·27)을 하루 앞둔 7월 26일에 재개관했다.

북한이 매년 6월 25일부터 7월 27일을 반미 공동 투쟁 월간으로 선포하며 “피는 피로써 갚아야 한다”, “미제와는 반드시 총대로 결산해야 한다”는 등 반미·반제 계급의식을 끌어올리는 데 몰두하고 있는 만큼, 신천박물관을 통한 계급교양 사업은 앞으로도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