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계엄 이후 대남비난 보도 급감한 이유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계엄령 선포에 반대하는 시민 및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들이 모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동신문의 남한 정치·사회 관련 보도 목적

북한은 대남전략 측면에서 언론도 십분 활용하고 있는데, 그 대표적 매체가 바로 노동신문이다. 노동신문은 당 기관지로써 조선노동당 출판보도부의 직접적인 지도를 받으며 당 선전선동부의 통제하에 있다. 선전선동부가 노동신문의 편집 방향, 기사 선정, 논조, 사상 검열 등을 전적으로 결정한다. 선전선동부는 김정은의 핵심 통치 도구로써 당의 사상적 무장을 책임지는 부서로 ‘수령유일사상체계확립’, ‘반제·반미·반남노선 강화’를 노동신문에 반영하고 있다. 노동신문의 중요 논설이나 1면 사설, 대남·대외 논평의 경우는 김정은이 최종 검토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리고 있다.

노동신문 제6면은 남한의 정치 상황에 대해 보도하고 있는데, 그 목적은 크게 ▶대내 선전·선동용(대남 적대감 고취) ▶대남 심리전(남한 여론조작 시도)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선전용) ▶김정은 수령 유일체제 강화의 보조수단(내부 결속) 등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노동신문은 남한의 정치권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내부 체제의 결속과 충성을 유지하고 남한사회에 심리적 영향을 미치며 국제사회에 정당성을 호소하고 김정은 수령유일체제를 보완하는 전략적 목적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첫 번째, 대내 선전·선동은 남한 정치에 대한 비판 기사를 통해 북한 체제의 우월성과 정당성을 강조하고 남한을 부패하고 혼란스러운 사회로 묘사함으로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체제 순응 및 충성심을 끌어올리는 목적이 크다. 이런 측면에서 남한의 시위나 정국 혼란 상황을 확대해석해서 남한정부의 위기, 자본주의 위기로 몰아가며 대남 적대감을 고취시키려는 것이다.

두 번째, 대남 심리전은 남한의 정치세력에 대한 부정적 묘사나 왜곡된 비판을 통해 남한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히 보수진영을 공격하면서 진보 성향 세력을 우회적으로 지지하는 프레임을 만들어 나간다.

세 번째, 국제사회를 향한 메시지로 남한을 정치적 혼란, 인권탄압, 외세 의존의 국가로 묘사함으로 자신들이 ‘정당한 국가’이며 정권 유지의 명분이 있다는 주장을 국제사회에 은근히 전달하려는 목적이 포함되어 있다. 이 경우에는 북한이 핵을 갖는 이유가 남한의 적대적 정권 때문이라는 논리로 연결되기도 한다.

네 번째, 김정은(수령) 유일체제 강화의 보조수단으로 김정은 체제하에서 ‘외부의 혼란’은 곧 ‘내부의 결속’이다. 남한 정치권의 비난은 결국 김정은 외에 믿을 지도자가 없다는 메시지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이처럼 남한 정치 및 사회 혼란에 대한 보도는 북한의 수령 유일체제의 정당성과 도덕적 우월성을 지속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대남 전략적 차원인 것이다.

계엄 이후 남한 정치권 보도 급격히 감소

그런데 작년 계엄(12.3) 이후 남한의 정치권 비판 보도가 매우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6.7)까지 약 6개월 동안 9편의 기사만 실었을 뿐이다. 지난 6개월은 남한사회가 탄핵정국 및 대통령 파면으로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북한의 대남 선전선동이 가장 잘 먹혀들 수 있던 시기였다. 기존 패턴대로라면, 가장 적극적으로 남한 관련 비판 기사를 쏟아내야 했던 시기였다. 그런데 6개월 동안 단 9편의 기사라니 상식적으로 납득이 어려울 정도다. 계엄 이전인 작년 11월, 한 달 동안 노동신문의 대남 비판 기사는 무려 21차례나 되었다.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퇴진(탄핵) 시위 관련 보도가 주를 이루었다. 그런데 정작 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는 노동신문이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9편의 남한 정치 관련 기사도 대부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법적조치 상황에 대한 보도로 5편이나 된다. 계엄 이후 계엄 관련 보도를 시작으로 탄핵안 가결 및 대통령 파면 소식 등을 올렸다. 그 보도들을 나열하자면, 계엄 이후 8일이 지난 12월 11일에 계엄 발포 관련 보도를 했고 그 후 탄핵안 가결 보도(12.16), 윤 대통령 체포 보도(2025.1.17.), 구속 기사(1.24), 구속기소 보도(1.29), 윤 대통령 파면 보도(4.5) 등 5편이다. 나머지 한편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 보도(6.5)였다.

계엄 이후 탄핵 시위 관련 보도는 단 세 편뿐이다. 작년 12월 11일, 12일과 올해 1월 3일 보도가 전부이다. 계엄 이전인 작년 11월 한 달에만 21차례나 대통령 퇴진 시위 보도를 쏟아냈던 노동신문이 정작 탄핵에 내몰린 정국에서는 단 3차례만 탄핵 시위 관련 보도만 내보낸 것이다. 쉽게 납득이 안 되는 부분이다. 작년 12월 11일 보도는 계엄발표 내용이 주된 요지였기에 탄핵 시위 보도는 2편으로 봐야 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1일 ’12·3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한 지 8일 만에 처음으로 주민들에게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문은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 사진도 여러 장 실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대남비난 보도 급감한 이유 및 전략적 목적

왜 노동신문은 계엄 이후에 기존의 방식대로 남한 정치 관련 보도를 내보내지 않은 것인가. 계엄 이전 11월, 한 달 동안 21차례나 대통령 퇴진 시위 관련 보도와 더불어 계엄 직전·후인 12월 1일부터 4일까지 연속으로 4차례 퇴진 시위 기사를 쏟아냈었는데 말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숨겨진 전략적 목적은 과연 무엇인가.

사실 접근을 위해, 계엄 이후 탄핵 시위 관련 2편의 보도 내용을 검토해 보았다. 작년 12월 12일 기사와 올해 1월 3일 기사이다. 먼저 12월 12일 기사 제목은 ‘괴뢰한국에서 윤석열탄핵을 요구하는 투쟁 련일 고조, 정치적혼란 더욱 심화’이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의 주최로 12월 10일 촛불집회가 열렸다는 것과 노동, 시민사회단체들이 윤석열 퇴진운동의 연대조직인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비상행동>을 결성했다는 내용이다. 더불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죄 상설특검수사요구안’ 통과와 국민의 힘에 대한 내란동조 규탄 투쟁에 관련해서도 실었다. 또한 윤 대통령이 내란죄 주모자로 지목되어 피의자로 입건되고 출국금지가 되었다는 소식도 전했다. 이처럼 당시 계엄으로 인한 정치 파장을 구체적으로 다루었으며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투쟁이 계속해서 고조되고 있다고 보도했던 것이다.

기존의 북한의 대남전략 측면에서라면, 노동신문은 계속해서 연일 관련 보도를 쏟아냈을 것이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대로, 12월 12일 시위 보도 후 해가 바뀐 금년 1월 3일이 돼서야 탄핵 시위 기사를 올린 것이다. ‘괴뢰한국에서 사상초유의 련속탄핵사태로 사회정치적혼란 확대, 내란범죄자 윤석열의 체포를 요구하는 항의행동 련일 전개’라는 제목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이 발급되면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정치적 혼란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과 작년 12월 27일에 한덕수 대행마저도 탄핵되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또한, 공수처가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급받아 유효기간인 1월 6일에 강제 집행할 것이라는 것과 야당의 줄 탄핵 시도까지 다루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 대해 아래와 같이 적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윤석열에 대한 체포령장집행을 막기 위해 탄핵반대세력들이 대통령관저주변에 집결한것과 관련하여 소속의원들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데 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합동공조수사본부가 윤석열을 당장 체포할것을 강력히 요구하였다.”

1월 3일 기사는 당시 탄핵정국 상황을 알리면서 탄핵 시위가 더욱 격렬해졌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아래와 같이 실었다.

“새해에 들어와서도 서울에서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이라는 구호 밑에 대규모적인 초불집회와 시위, 시민대행진 등 항의행동들이 련일 전개되고 있다.”

이처럼 탄핵 시위 보도에 열을 올렸던 노동신문이 이 기사 이후로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4.4)되기까지 단 한 차례도 시위 관련 보도를 싣지 않았다. 정말로 아이러니한 현상이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좀 더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서 계엄 이전 시위 보도들도 검토해 보았다.

계엄 이전 작년 11월, 퇴진 시위 보도는 총 21차례로 30일 중 21일을 올린 것이다. 11월 첫 보도를 보면, 1일에 실린 것으로 이날은 두 편의 기사를 올렸다. 하나는 ‘전쟁을 획책하는 윤석열괴뢰의 탄핵을 주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괴뢰한국의 대학생들 괴뢰정권퇴진을 요구’의 기사였다. 두 기사 모두 평양 상공에 무인기 삐라 살포와 관련된 남한 내 비판적 양상을 보도한 것이다. 11월 2일은 ‘윤석열 괴뢰탄핵을 위한 선거자운동전개’의 기사가 실렸다. 3일에는 ‘괴뢰한국에서 30만명의 각계 군중이 윤석열괴뢰탄핵을 요구하는 항의행동에 참가’라는 기사를 올렸다. 내용을 보면,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가 주최하는 제113차 탄핵 촛불시위(11.2)가 있었다는 보도이다. 이때 이 퇴진운동본부가 들고 나온 구호가 ‘탄핵이 평화다!’ 등과 더불어 ‘100만 촛불로 계엄시도 봉쇄하자’였다고 한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2023년 6월 27일 37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가운데 결성되었다. 대표적인 단체로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총연합, 빈민해방실천연대, 한국청년연대 등이다. 대부분 민주노총의 산하단체들로 민주노총이 퇴진운동본부를 지도(지휘)한다고 볼 수 있다. 퇴진운동본부는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목표로 전국적 규모의 투쟁을 전개할 것을 선언하였다. 그리고 노동신문은 이 본부의 시위 현황들을 매우 자주 보도해 왔었다. 작년 11월 보도도 대부분 이 퇴진운동본부의 퇴진 시위 관련 내용이다. 이 본부는 작년 11월 9일에 ‘제1차 퇴진총궐기’를 전개했었다. 노동신문은 이 내용을 자세히 보도하며 ‘제1차 윤석열퇴진총궐기집회’로 소개했고 동시에 이날 시위를 제114차 촛불시위라고 불렀다. 이처럼, 11월 2일에 있었던 제113차 촛불시위에 이어 9일 전개된 제114차 촛불시위도 빠짐없이 보도했었던 노동신문이다. 11월에 실린 다른 기사들도 퇴진운동본부의 궐기 및 촛불시위를 주로 다루었다.

대남 심리전과 민노총 간첩단 사건과의 연관성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의 핵심 단체는 민주노총이다. 이 단체가 궐기 및 시위를 주도했다. 그런데 노동신문은 계엄 이후 시위 관련 보도를 거의 내보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 퇴진운동본부의 시위 상황을 더 이상 다루지 않았다. 어떤 이유와 전략이 숨어있는 것인가. 필자가 볼 때, 민주노총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해, 민주노총 내 간첩단 사건과 결부되어 있는 것으로 비춰진다.

간첩단 조직의 총책인 석모 씨는 민주노총 조직쟁의국장을 지낸 인물로 2017년부터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민노총 내에 지하조직을 결성하고 중국과 캄보디아 등에서 북한 공작원과 직접 접선했다. 이후 그는 2018년 10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총 102회에 걸쳐 북한과의 지령문, 보고문을 주고받았으며 이를 통해 노조 활동을 가장한 간첩 활동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5.2.28., ‘[평양포커스] 김정은 정권의 대남공작 추이’ 참고) 석 씨는 체포되었고, 2024년 11월 6일 1심 재판을 통해 징역 15년을 선고받았다.

위에서 살펴본 대로, 노동신문은 작년 11월 내내 퇴진 시위 보도를 올리면서 대남 비난 기사를 쏟아냈었다. 여기까지만 보면, 민주노총 내 간첩단 사건과 노동신문의 남한정치비판 보도와 무관하게 보일지 모른다. 문제는 계엄령 이후이다. 계엄 이후 본격적으로 윤 대통령 탄핵정국이 시작되면서 남한 내에서도 탄핵 시위 활동이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는 목소리들이 커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석 씨가 체포되고 그의 간첩 활동들이 속속들이 밝혀지면서 북한이 그에게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가 드러나게 되었다. 북한의 지시 중 하나가 지하조직을 통해 전국 각지의 노조 및 시민단체를 장악하여 윤석열 정부 규탄을 위한 투쟁에 전면 나서라는 것이었다.

따라서 계엄 이후에 전개된 탄핵 시위가 북한의 지시 및 조종을 받고 있다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북한으로서는 탄핵 시위 보도를 노동신문에 올리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대남 심리전에 큰 걸림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민노총이 직접 전면에 나선 대통령 관저 앞 탄핵시위(1.3)에 대해서 노동신문은 대대적으로 보도했어야 했다. 이날 민노총의 시위는 매우 과격했으며 통제하는 경찰들과 큰 물리적 마찰, 충돌이 일어났다.

이러한 이유로 노동신문에서 무관심 및 침묵을 유지했다면 북한 스스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과 관련되어 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이런 측면에서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은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고 무겁게 다뤄져야 했다. 하지만 지난 5월 15일, 석 씨는 2심 재판에서 징역 9년 6월을 선고받아 형량이 5년 6개월이나 줄었다. 또 다른 민노총 간첩단 사건 혐의자인 김모 씨(전 민노총 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는 징역 3년 선고로 1심 재판보다 4년이 감형되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받았던 양모 씨(전 민노총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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