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하얘서 멋있다” 말 한마디 했다가 공개 비판받아

"사회주의 좀먹는 위험한 독소"라며 강하게 지적…청년들 "말 표현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 뿐인데"

북한이 주민 교양용으로 제작한 동영상 화면. 공개 비판장의 모습이 담겨 있다.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남도 금야군에서 20대 중반의 한 여성이 예술인의 외모에 대해 언급한 말 한마디로 사상투쟁회의 무대에 세워져 비판받는 일이 발생했다.

9일 데일리NK 함경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함경남도 금야군의 한 농장 청년동맹 초급단체에서 진행한 사상투쟁회의 무대에 20대 중반 여성 A씨가 세워져 비판을 받았다.

A씨가 공개 비판을 받은 이유는 앞서 지난달 중순 친한 친구들과 예술인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한 말 때문이었다.

A씨는 ‘임진년의 심마니들’ 주연배우 김원일에 대해 “얼굴이 하얘서 멋있다”고 했고, 모란봉악단 가수 류진아에 대해서는 “신시대 맛이 난다”고 말했는데 바로 이 발언이 문제시됐다.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농장 청년동맹 초급단체위원장은 사상투쟁회의를 열고 A씨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그를 향해 “남자 배우의 얼굴이 하얘서 멋있다고 말하는 것은 사회주의를 좀먹는 위험한 독소”라고 비판했다. 또 “‘신시대 맛’이라는 것은 무슨 표현인가”라면서 A씨를 몰아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초급단체위원장은 “청년들 속에 싹트는 반동적 문화 요소를 애초에 허용해선 안 된다”며 “부르주아 감정을 발설하는 행위는 사회주의 생활양식을 문란시키는 태도”라고 강하게 지적했다고 한다.

이에 A씨는 공개적으로 자신의 발언에 대해 반성해야 했고, 심지어 이 사안이 군 청년동맹 강연자료에도 실려 크게 망신을 당하게 됐다.

소식통은 “A씨는 평소 농장일도 성실히 하고 성격도 밝아 평판이 좋았는데 이번 사건으로 불명예스럽게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청년들은 A씨를 비판한 초급단체위원장을 아니꼬운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정도 표현과 발언을 문제 삼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다소 지나친 처사라는 이유에서다.

소식통은 “요즘 청년들은 ‘잘생겼다’, ‘건장하다’라는 말보다 ‘멋있다’, ‘가슴이 뛴다’는 말을 더 많이 쓰고, ‘혁명성이 있다’, ‘전투적 기백이 끓어오른다’라는 상투적인 말보다 ‘분위기 있다’, ‘신시대 맛이 난다’ 같은 표현을 더 자주 쓴다”면서 “말 표현이 자연스럽게 변화한 것 뿐인데 이것을 사상과 연결 지어 불편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이런 것은 통제한다고 막을 수 있는 흐름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이런 것까지 죄다 단속하고 비판하는 것이 청년들의 반발심만 자극하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