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의 10~30대 청년층 사이에서 중국산 가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산 대신 중국산 가방을 찾는 현상이 국경 지역뿐 아니라 내륙 지역까지 확산되고 있다.
9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혜산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중국산 가방’을 찾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고 있다.
소식통은 “여기도 다양한 형태의 가방들이 많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찾는 것은 따로 있다”면서 “기존에 수입된 중국산 가방도 구식이라며 잘 사지 않는데 국산 가방은 품질이나 형태도 미흡하니 젊은이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시장의 가방 매대를 찾는 북한 젊은이들이 가장 먼저 하는 공통된 말은 “작으면서 세련된 가방 없어요?”, “새로 나온 가방 없어요?”, “기성(중국산) 없어요?”라고 한다.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새로운 스타일의 수입 가방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올해 청년층을 겨냥한 가방 수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북한 내 공장들에서 다양한 형태의 가방이 자체 생산돼 상인들이 수입품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거 중국에서 수입된 가방은 대부분 실용적으로 쓸 수 있는 정형화된 학생용 또는 사무용 가방이었는데, 이제는 청년들이 개성을 드러내거나 멋을 내는 패션 소품으로 가방을 들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입산 가방을 찾는 일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특히 최근에는 혜산시 도매상들에게 평안남도 평성시, 함경남도 함흥시 등 내륙 지역 상인들의 제품 문의도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형태의 수입산 가방 수요 급증 현상은 국경 지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국적인 흐름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그 배경으로 외부 문화의 영향을 지목했다. 실제로 그는 “외국인들이 들고 온 가방이 영향을 주었거나 저쪽(한국) 영화나 드라마 등을 통해 새로운 취향이 형성되면서 이런 추세가 번지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청년층이 원하는 수입산 가방의 가격대도 비교적 뚜렷한데, 일반적으로 100~300위안(한화 약 1만 9000원~5만 7000원) 정도가 합리적인 가격대로 여겨진다고 한다. 500위안(약 9만 6000원) 이상 넘어가면 수요가 확 떨어지고, 그보다 고가인 1000위안(약 19만 원) 이상 하는 가방은 돈주들 수준에서 거래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값이 눅으면서도(저렴하면서도) 세련된,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가방 제품이 요구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의 수입업자들은 중국 측 거래처로부터 다양한 가방 사진을 확보한 뒤, 이를 시장 상인들과 일부 청년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수렴해 선호 제품을 선별해서 들여오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
소식통은 “빠르면 일주일 내로 새로운 형태의 가방들이 들어와 시장에 풀릴 것”이라며 “유행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가방 매대 장사꾼들이 ‘이제는 젊은이들에게 자리를 내줘야 할 때다’, ‘나이가 들면 다른 종목으로 돌아서야 한다’는 말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혜산시 국경 일대에서 이뤄지던 국가 밀수는 지난달 중순부터 중단된 상태로, 현재는 세관을 통해서만 중국 상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