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당국이 관영 매체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사실을 비교적 빠르게 보도한 가운데, 북한 내부 주민들 사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남조선(남한)에서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소식을 접한 회령시 주민들 속에 기대감에 가득 찬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앞으로 북남(남북)관계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는 지난 5일 “한국에서 지난해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대통령이 탄핵된 후 두 달 만인 6월 3일에 대통령 선거가 진행됐다”며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후보 리재명이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보도는 별다른 논평 없이 사실 관계를 짧게 전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국경 지역인 회령시에는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외부와 통화하는 일부 주민들을 통해 이 대통령의 이력이나 정책 방향성 등 보다 구체적인 정보가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회령시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에 관해 “우리나라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람이라더라”, “우리와 대화하려는 데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여기(북한) 사람들이 남조선 대통령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북남관계가 주민들의 삶과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강화된 내부 단속을 하나의 예로 들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북한 내부에서는 사회 전반에 걸쳐 통제와 단속이 대폭 강화됐고, 특히 한국과 접촉하는 주민들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강하게 이뤄졌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분위기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한 이후로 더 심화했는데,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남조선과 전화 통화한 주민들이 간첩 혐의를 뒤집어쓰고 관리소(정치범수용소)에 격리되는가 하면 남조선식 말투를 쓰거나 남조선 드라마나 영화를 본 비사회주의 행위로 청소년들에게도 노동교화형이 선고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의지를 보이는 한국의 새 대통령이 당선됐다는 소식은 주민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반갑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숨통이 조금이라도 트이게 통제나 단속만이라도 좀 풀리면 좋겠다고 말하는 주민들이 많다”고 전했다.
또 다른 국경 지역인 양강도 혜산시의 주민들도 “이재명 대통령이 당선됐다니 다행이다”, “한민족끼리 더 이상 적대적으로 지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 당국의 대남 적대시 기조, 민족·통일 개념 지우기와 달리 여전히 주민들에게는 ‘한민족’과 ‘통일’에 대한 인식과 정서가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특히 밀무역에 종사하는 주민들 사이에서 새 대통령 당선에 따른 기대감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양강도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국경 지역은 정세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른 내륙 지역보다 더 민감할 수밖에 없고 국경을 끼고 먹고사는 사람들은 더더욱 민감하다”며 “밀무역으로 먹고사는 주민들은 ‘이번에는 우리와 잘 지낼 대통령이 당선된 것 같다’며 조용히 기뻐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새벽 당선이 확실시된 뒤 “평화롭고 공존하는 안정된 한반도를 만들겠다”며 “싸워서 이기는 것보다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고,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보다는 싸울 필요가 없는 평화를 만드는 것이 진정한 안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남북 간 대화하고 소통하고 공존하면서 서로 협력해서 공존·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는 ‘힘에 의한 평화’를 내걸며 일관되게 대북 강경 노선을 취해 온 전임 정부와는 다른 대북 접근법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