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타분한 ‘전투기록장’을 효과적인 정치사업 도구로

훈련 성과, 위훈 반영해 창의적으로 구성하도록 지시…실질적 보상과 직결되니 군인들 동기부여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재…"규율 굳건히 확립"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8차 확대회의가 5월 28일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군 총정치국이 ‘전투기록장’을 효과적인 정치사업 도구로 활용하려 하고 있다. 군인들의 실제 전투 성과와 공로를 반영해 사기를 진작시키고 열의를 불러일으키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10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에 따르면 총정치국은 지난 2일 전군 군단급 정치부에 ‘전투기록장의 창의적 구성과 보상 체계에 관한 지시문을 하달했다.

‘전투기록장’은 군인들의 훈련 성과와 위훈(공로) 등을 사진과 글로 기록한 군(軍)의 선전선동형 화첩일지로, 중대급 이상에서 정치지도원이 상급 정치부의 지침에 따라 제작·관리하고 있다.

기존에는 간단한 사진과 설명으로 각 중대와 중대원들의 활동을 요약하는 정도에 그쳤지만, 총정치국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전투기록장 내용 구성을 창의적이고 다채롭게 해 실용적인 정치사업 도구로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지난달 28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재한 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8차 확대회의에서 제시된 ‘각급 정치기관의 기능 및 역할 강화’ 방침에 따른 후속 조치로, 군 내부 정치사업 방식과 체계를 재정비하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총정치국은 특별히 11군단(폭풍군단) 지휘부 소속의 두 개 중대를 시범 부대로 지정하고, 총정치국 선전선동 지도 성원들을 파견해 3일부터 열흘간 전투기록장 편집 방향이나 새로운 창의적 구성 방안 대해 지침을 주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라 지도성원들은 새로운 형식의 전투기록장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점검하고, 오는 7월 1일 정례 하기훈련이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전군에 확대 시행하기 위한 기준과 모델을 마련하게 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은 “그동안 중대의 특별한 성과나 연혁만을 기록하던 전투기록장이 이제는 실전 훈련 성과, 병사의 자발적 참여, 사상적 성장까지 평가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며 “특히 총정치국은 연간 6회 이상 전투기록장에 이름이 오른 군인에게 입당, 대학 추천, 평양 및 명승지 견학 등 실질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보상을 통해 성과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정치사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군인들이 중대 전투기록장에 이름이 오르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지만, 이제는 스스로 위훈을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중대 전투기록장이 물질적, 정치적 보상으로 이어지면서 동기부여가 즉각 이뤄져 군인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총정치국 성원들의 집중 지도가 이뤄짐과 동시에 11군단 정치부는 나머지 중대들을 순회하며 전투기록장을 창의적으로 꾸미는 방안을 전수하고 보상 제도도 설명하며 군인들의 반응을 살피고 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중대에서는 정치지도원이 미처 챙기지 못한 군인들의 위훈이 묻히지 않도록 군인들 스스로 자신의 병사수첩에 성과로 내세울만한 내용들을 기록하게 하고, 이를 월 1회 중대 정치부에 공유하도록 하는 방식도 시범 운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