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후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지 3년이 된다. 지난달 20일에는 미 대선 후보 시절부터 러우전쟁 종식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출범하였다. 러우전쟁 종식 가능성 관련해 귀추가 주목되는 현 상황에서,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지닌 의미와 쟁점에 대한 국제법적 차원의 조망은 상당히 중요하다. 통상 법적 검토는 이미 발생한 사실에 대한 책임 추궁, 발생할 수 있는 추가 위반 행위 억제, 정당화될 수 있는 합리적 대응방안 모색 등 여러 측면을 지니므로 적용가능한 관련 국제법을 포괄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우리의 대북․통일정책에 있어 유의미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배경
러우전쟁 관련 법적 쟁점은 2022년 2월 발발 초기 당시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 행위에 대한 것으로 무력사용 및 영토주권 침해에 대한 책임, 국제범죄에 대한 책임 등이 주로 논의되었다. 이후 러우전쟁은 장기전 양상을 보이게 되었고, 지난해 10월 15일 북한군 3,000명이 러시아로 파병됐다는 우크라이나 언론 보도가 등장하였다. 이를 계기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의혹이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었고, 국제사회에서 전범 푸틴과 전쟁범죄 공범으로 김정은 ICC 제소 관련 논의까지 확대되기 시작한 것이다.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알려진 이후, 우리 국정원을 포함하여 미국, NATO 등 국제사회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공식 확인하였으며, UN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군 파병(DPRK Military Presence)’을 주제로 한 공개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 그러나 러시아와 북한은 파병을 공식 인정하지도, 적극 부인하지도 않고 있다. 다만, 김정규 외무성 러시아 담당 부상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10.25)에서 “만약 그러한 일이 있다면 그것은 국제법적 규범에 부합되는 행동일 것”이라고 강조한 발언을 미뤄 볼 때, 사실상 파병 인정으로 해석가능한 대목이다. 러시아 역시 신중모드를 견지하면서도 러북관계를 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시킨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 조약’의 체결(2024.6) 및 발효(2024.12)를 감안 시, 국제법 위반 지적을 받는 북한군 우크라이나 파병의 합법화 구실로 추후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법적 지위
기본적으로 러시아 파병 북한군의 법적 지위는 북한의 교전 당사국(공동 교전국)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북한이 교전 당사국인 경우, 우크라이나는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1977) 당사국이므로 포획된 북한군의 동 협약 제44조에 따라 전쟁포로 지위 부여가 가능하게 된다. 제1추가의정서는 기존의 헤이그 제2협약(1907) 또는 제네바 제3협약(1949)에 비해 관습국제법상 충족 요건을 완화해 “민간인과의 구별 원칙만 준수하면 전투원 및 포로 지위를 부여”하도록 명시하였다. 한편, 북한의 교전 당사국 지위가 인정되지 않아 북한군 역시 정식 군대가 아니라 개인 자격으로 용병에 불과하다는 견해도 있다.
현재 남북한,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제1추가의정서만 비준한 상태이므로 제1추가의정서는 용병을 명시적으로 금지하지 않으나, 제47조 1항에 의해 용병에 대해 전투원 또는 전쟁포로 지위를 부여하지 않아 사실상 금지 효과가 발생한다. 물론, 2항은 매우 엄격한 요건을 누적적으로 충족하는 인권에 한해 용병으로서의 지위를 인정하나, 북한군이 용병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러시아군에 공식 편입만으로도 용병 활동 규제 회피가 가능하다. 즉, 러시아 파병 북한군이 용병으로 인정되는 것은 어렵다는 의미다. 또한 북한군 러시아 파병으로 김정은의 전쟁범죄 혐의(러시아 푸틴 대통령 공동전범) ICC 회부 가능성도 제기된 지금 상황에서 북한군을 용병으로 간주할 경우, 김정은에게 명령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하게 된다.
북한이 교전 당사국은 아닐지라도 소속군이 러시아군에 공식 편입되어 전투에 참여 시, 공식적으로 러시아 정규군 구성원이 되므로 포로 지위 부여가 가능하다. 그러나 포획된 북한군에 대해 북한과 러시아 모두 소속임을 인정하지 않을 경우, 해당 북한군은 어떠한 교전 당사국과도 연계되지 않게 되어 포로 지위 부여 역시 어렵게 될 수 있다. 포로는 적대행위 종료 시, 소속 국가로 송환되어야 하는데 송환 대상국 자체가 존재하지 않게 되므로 포로 지위를 부여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 합법적 전투원으로서 포로 자격을 충족하지 못할 시 불법 전투원(unlawful combatant) 내지 비특권적 교전자(unpriviliged belligerent)로 지칭되는데, 적대행위에 직접 가담하는 동안 합법적인 공격 대상이 된다. 또한 포획될 경우, 포로 지위를 부여받지 못하게 되어 억류국 국내법 위반에 따른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북한군 귀순 의사 표명 시 한국 송환 문제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이 인터뷰(KBS, 10.30)를 통해,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 포로를 한국에 송환하지 않고 전쟁포로로 취급해 러시아와 포로교환 자원으로 활용할 것을 밝히면서 북한군 포로 처리 문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하였다. 북한군 포로가 송환을 거부하고 한국 귀순을 원할 경우, 제네바 제3협약 제118조 포로에 대한 송환 의무 관련 예외는 국제법에 근거해 정당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한국 참관 시, 포로 전향 강요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적대적 두 국가’를 주장하는 북한이 한국의 국제법적 책임을 제기할 수도 있다. 북한은 2016년 4월 ‘류경식당 집단탈북’을 납치로 왜곡했던 전례와 같이, 한국 정부가 북한군 포로 문제에 관여할 경우 한국의 국제법적 책임을 강하게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은이 지난해 말 한국을 ‘동족’이 아닌 ‘적대국’으로 규정한 후,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남조선(South Korea)’이 아닌 ‘대한민국(Republic of Korea)’으로 칭하고 있다는 사실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한국 정부가 헌법 제3조에 따라 우리 국민인 북한군 포로의 자발적 귀순에 응하더라도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지 않는 대한민국 헌법은 국내법일 뿐, 남북한은 1991년 9월 UN에 동시가입한 개별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군 송환 의사 확인 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등 중립적이고 공신력 있는 국제기구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하는 것이 적합하다. 일례로, ICRC 입회 하 북한군 포로의 자발적 귀순 의사 검증 등이 가능할 것이다.
과거 6‧25전쟁 당시 송환을 거부한 포로들의 처리를 두고 논란이 발생한 경우가 있는데, 이는 분단 상황 특수성에 기인한 이례적 사례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이후 발생한 여러 무력충돌 시에도 포로들의 송환 거부가 이어지자, 이에 ICRC는 포로의 자발적인 의사를 존중하였고, 오늘날 포로 의사에 따른 자유 송환은 관행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ICRC를 통해 확인된 포로의 자유의사에 따라 한국 국적 선택이 가능한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군 포로의 한국 송환이 인도적 차원에서 옳다는 국제사회의 인정이 요구된다.
한편, 북한군이 러시아군에 공식 편입되어 전투를 치를 경우에도 북한은 교전 당사국이 아니더라도 러시아 정규군으로서 포로 지위를 부여받는다. 그러나 북한과 러시아가 교전 당사국 지위를 부인 또는 인정하지 않을 시, 적대행위에 가담해 포획된 북한군은 합법적 전투원으로 인정될 수 없어 포로 지위 부여가 불가한 것이다. 이 경우, 포획된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국내법 위반자로 분류되고, 신병을 확보한 우크라이나에게 우선적 관할권이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제네바 제3협약에 따라 전쟁포로는 종전 후 석방되고 송환되어야 한다면서 생포한 북한군 포로의 신병 처리와 관련해 종전 뒤 북한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FA, 1.24). 향후 러우전쟁 양상은 당분간 지켜봐야겠지만, 이들의 한국 송환 여부 관련 사안들은 법적 검토를 바탕으로 반드시 전쟁 양상 및 우크라이나 정부와 협의를 전제로 해결책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그 가운데 우리의 역할을 신중히 고민하고, 나아가 이제는 북한군 러시아 파병이 북한인권 문제에 있어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서도 더욱 세밀한 관심을 지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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