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방서 택시 검열 중…불법적인 경제 활동 차단 목적

이례적으로 보위기관이 나서…택시 운전자들 운행 아예 중단해 주민들까지 이동 불편 겪어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을 지나는 택시.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연초부터 지방 택시 운전자들에 대한 강도 높은 검열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별히 이번 검열은 보위기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매우 이례적인 일로 여겨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혜산시에서 지난달 중순부터 현재까지 택시 검열이 까다롭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검열에 걸릴까 우려하는 택시 운전수(운전자)들은 아예 택시 운행을 중단하고 검열이 끝나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검열은 보위원들 위주로 구성된 ‘비사회주의 그루빠’가 담당하고 있다.

이들은 택시 운전자들의 운전면허증과 운행허가증 등 서류와 차량 등록 상태를 철저히 검열하는 한편, 불법적인 물품을 운반하지는 않는지 들여다보기도 하고 최근 한 달간의 이동 경로도 샅샅이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래 이런 종류의 검열은 안전기관이 담당하지만, 이번에는 보위기관이 맡고 있다는 점에서 차량을 이용한 택시 운전자들의 여러 가지 불법 활동을 차단하는 것이 이번 검열의 주된 목적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에서 택시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비승인 물자 유통 등 불법적인 경제 활동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경제력이 있는 택시 운전자들은 뇌물을 써서 교통안전원이나 검문소를 무사히 통과할 수 있는 인맥을 구축하고, 단속을 피해 택시를 운행하면서 돈벌이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단속 회피의 용이성과 뛰어난 기동성을 장점으로 하는 택시는 점차 주민들의 불법적인 경제 활동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됐다는 설명이다.

실제 탈북민 가족들에게 돈을 전달하는 송금 브로커들도 택시를 주로 이용하고 한국 드라마나 영화 등 외부 콘텐츠나 마약을 유통·판매하는 주민들 역시 택시를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로 이 같은 상황을 파악한 북한 당국이 보위기관을 동원해 택시 검열에 들어갔으며, 택시 운전자들은 아예 운행을 중단하는 식으로 검열에 대처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에 당장 돈벌이가 막힌 택시 운전사들은 물론, 택시 운행 중단으로 이동에 큰 불편을 겪는 주민들 속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버스를 한 번 타려면 30분씩 기다려야 하는 데다 한 번에 사람을 너무 많이 태워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라 급한 일이 있거나 돈이 좀 있는 사람들은 택시를 주로 이용했다”며 “그런데 택시 운전수들이 검열 때문에 운행을 하지 않아 이동 시에 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불편을 토로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눈과 귀를 가린 것도 모자라 이제는 손과 발도 꽁꽁 묶고 조그마한 틈도 막으려고 단속에 혈안이니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오고 있다”며 “모두가 하루빨리 검열이 끝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