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北 식당도 한국인 ‘문전박대’…”괴뢰는 못 받는다”

한국인 관광객도 자주 찾는 블라디보스토크 '평양관' 종업원들 '남조선' 대신 '괴뢰' 표현 쓰며 거부

중국 랴오닝성 단둥에 위치한 북한 식당 ‘류경식당’ 내부 모습. /사진=데일리NK

러시아 내 북한 식당이 한국인 손님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해외 북한 식당들에 한국인을 받지 말라는 지시를 하달된 것으로 보인다.

1일 러시아 현지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위치한 북한 식당 ‘평양관’을 찾은 한국인들이 북한 종업원들에 의해 쫓겨났다.

평양관은 현지에 체류하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한국인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 식당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식당의 북한 종업원은 한국인 일행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자리에 앉자 “괴뢰입네까”하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인들이 “괴뢰가 무슨 말이냐”고 묻자 북한 종업원은 “괴뢰한국에서 왔냐는 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에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자 북한 종업원은 “괴뢰는 못 받는다. 당장 나가라”며 한국인 일행을 식당 밖으로 내쫓았다는 전언이다.

이 한국인 일행은 수년 전부터 해당 북한 식당을 종종 이용해왔고, 지난 1월에도 이곳에서 아무런 제지 없이 식사를 한 바 있어 갑작스러운 문전박대에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전에는 북한 식당 종업원들에게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면 ‘같은 동포시네요’라는 말도 하면서 친근하게 대했는데 하루아침에 태도가 달라져 의아했다는 게 쫓겨난 한국인들의 말”이라고 전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열린 전원회의에서 남북 관계를 ‘교전 중인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한 데 이어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는 “우리 공화국의 민족 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 자체를 완전히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 이후 청년동맹(사회주의애국청년동맹) 등 노동당 외곽단체에는 “남조선을 ‘괴뢰한국’으로 부르라”는 내용의 정치강연자료가 여러 차례 내려진 것으로도 알려졌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北, 정치강연자료 통해 “‘남조선’ 아닌 ‘괴뢰한국’으로 부르라”)

이 같은 맥락에서 해외 북한 식당들에도 한국을 ‘괴뢰’ 또는 ‘괴뢰한국’으로 부를 것과 한국인을 접대하지 말라는 지시가 하달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중국 랴오닝(遙寧)성에 있는 북한 식당들도 현재 한국인을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국인들이 중국인 일행과 함께 식당을 찾거나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않으면 특별히 제지하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중국의 북한 식당들은 지난해에도 ‘정세 긴장’을 명목으로 한국인의 출입을 거부한 바 있다. 그러다 두세 달 뒤부터는 다시 한국인 손님을 받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한국인 거부하는 北 식당들…한미훈련 구실로 적대감 유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언제까지 한국인들의 식당 출입을 막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렇게 한 게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한국인끼리 북한 식당을 찾으면 거절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