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안, 탈북민 여성 모아 놓고 “조용히 살면 강제송환 안 해“

랴오닝성 공안국에서 직접 담화 '이례적'…동거하는 중국인 남성들 따로 불러 평가 듣기도

/그래픽=데일리NK

중국 공안당국이 중국인 남성과 살고 있는 탈북민 여성들을 모아 놓고 담화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의 강제북송 사태로 뒤숭숭한 중국 내 탈북민 사회 분위기를 의식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6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말 랴오닝(療寧)성의 한 마을에서는 공안국에서 내려온 여러 명의 공안이 중국인 남성들과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 탈북민 여성들을 관내 파출소에 모아 놓고 ‘앞으로 탈북민들에 대한 관리는 성(成) 공안이 담당한다’며 ‘사전 신고 없이 거주지를 이탈하는 등의 행위를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소식통은 “마을에 있는 관내 파출소 공안이 조선(북한) 여성들을 불러내서 담화를 진행한 적은 여러 번 있어도 이렇게 랴오닝성 공안국에서 직접 내려온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담화에서 중국 공안은 지난 10월 있었던 탈북민 강제북송 사건을 직접 언급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한 공안은 “지난달에 우리가 조선 사람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낸 것은 여기 남아있는 당신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한 것이지만, 지금처럼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살면 강제로 돌려보내지 않을 테니 안심하라”고 말했다고 한다.

중국 감옥에 수감돼 있던 탈북민 수백여 명이 강제북송된 이후 중국 내 불법체류 중인 탈북민들이 불안감을 드러내자 중국 공안당국이 직접 나서 안심시키는 동시에 사전 허가 없이 거주지를 이탈하지 말 것을 강하게 경고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공안은 탈북민 여성들의 혈액과 지문 등을 채취해 갔다는 전언이다. 수집된 생체정보를 탈북민 여성들을 단속, 통제하는 데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어 중국 공안은 탈북민 여성들을 귀가시킨 후 그들과 함께 사는 중국인 남성들을 따로 모아 놓고 탈북민 여성들의 최근 행적과 동향은 물론 이들에 대한 평가를 듣고 기록해 간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공안은 중국인 남성들에게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 중인 개정 반간첩법에 따라 사안이 엄중한 경우 탈북민 사건도 국가안전부(방첩기관)에서 취급할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중국 내 탈북민의 거주지 이탈, 범죄 사건 등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방첩 당국이 다루고, 이후 북송 여부를 공안당국이 결정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다만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면 중국인 가족의 보증에 의해 강제송환 조치는 피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번 담화에 참여한 한 조선 여성은 ‘공안이 죄 안 짓고 살면 조선으로 안 보낼 테니 일없다(괜찮다)고 안심시켰지만, 중국인 남편들을 따로 불러서 반간첩법까지 들먹였다니 걱정이 더 많아졌다’며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