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하다 잡히면 북송·총살” 공안 경고에 탈북민들 ‘멘붕’

일부 지역 공안 탈북민들에게 전화 걸어 한국행 말라 경고… 중국 내 탈북민들 공포감·불안감 ↑

풍서 두만강 투먼 중국 지린성 양강도
2019년 2월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두만강을 사이에 두고 맞은편에는 북한 함경북도 국경 지역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深阳)시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이 현지 공안으로부터 “한국행을 하다 잡히면 북송되고, 북송되면 총살”이라는 경고성 전화를 받아 공포와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4일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은 “선양시의 일부 공안들이 지난달 중순부터 무시무시한 단어를 써가면서 탈북민들에게 한국행을 하지 말라는 경고를 하고 있다”면서 “이에 한국행을 희망하는 탈북민들이 낙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중국 일부 지역 공안은 관리 명단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전화를 걸어 “한국에 가다 잡히면 무조건 북송이고, 북송되면 총살되니 한국에 갈 생각을 하지 말고 조용히 살라”고 경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행을 시도하다 체포된 이력이 있는 탈북민들에게는 더 강하게 경고하면서 조심하라고 강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중국 공안은 담당 지역에 있는 탈북민들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한 달에 한두 번씩 전화해 별문제 없이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한국에 가다 잡히면 이유 불문하고 북송되고, 북송되면 총살되니 조용히 살라’는 말을 하면서 공포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달 28일 선양시에 사는 한 탈북민은 공안의 전화를 받아 “한국에 갈 생각을 하고 있다면 절대 떠나지 말라. 조용히 집에 있으면 잡힐 일도 없고 북송될 일이 없지만, 한국에 가다 잡히면 바로 북송이다. 생각해서 말해주는 것이니 내가 한 말을 흘려듣지 말고 잘 새겨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를 하게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또 과거에 한국행을 시도했다가 체포된 경험이 있는 또 다른 탈북민도 지난달 말 공안으로부터 “지난번에는 운 좋게 풀려놨으나 이제 그런 운은 다시 없으며 북송되면 총살이니 밖에 나다지도 말고 한국에 갈 생각은 더더욱 하지 말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이 탈북민은 지난해 한국에 가기 위해 길을 떠났다가 공안에 붙잡혀 6개월간의 감옥 생활을 했는데, 풀려난 이후에는 전화벨 소리나 초인종 소리만 들어도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정신적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이에 그는 이번 공안의 전화를 받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소식통은 “탈북민들에게 북송과 총살은 가장 두려운 말”이라며 “가뜩이나 정신적 고통이 심각한 상황에서 이런 전화까지 받으니 이 탈북민은 언제까지 이렇게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공안의 전화 내용은 현재 중국 내 탈북민들 사이에 퍼져 공포심이 확산하고 있고 북송에 대한 두려움도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면서 “실정이 이렇다 보니 한국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던 일부 탈북민들은 한국행을 포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