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장 건설 재정 담당한 갑산군 부부장 해임 위기…왜?

상급과 논의 없이 건설 재정 결론냈다는 이유로 사상투쟁…'눈엣가시' 잘라내기 술수라는 뒷말 무성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일 “당의 ‘지방발전 20×10 정책’ 집행을 위한 조직정치 사업이 강력히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평안북도 당위원회. /사진=노동신문·뉴스1

양강도 갑산군 인민위원회에서 건설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부부장이 집중 사상투쟁의 대상이 돼 직위 박탈 위기에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6일 데일리NK에 “갑산군 인민위원회에서 지방공장 건설 재정을 담당하고 있는 부부장이 지방공장 건설 재정에 관해 상급과 토의하지 않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으로 이달 초 집중 사상투쟁의 대상이 됐다”고 전했다.

양강도 당위원회는 앞서 갑산군 당위원회와 갑산군 인민위원회가 공동으로 작성해 올린 의견서를 토대로 이 부부장에 대한 집중 사상투쟁을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이 전한 이번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북한의 지방발전 정책에 따라 지난달 중순 갑산군 인민위원회에 지방공장 건설 추진을 위한 재정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는 지시가 내려와 군 인민위원회 재정부장은 건설 재정을 책임지고 있는 부부장을 불러 관련 협의를 진행했다.

재정부장은 지방공장 건설에 필요한 자재의 25% 정도는 군에서 보장할 수 있고 나머지는 주민 세외부담으로 해결해야 할 것 같다면서 부부장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후 군 인민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중요한 사안을 주요 간부들과 논의하지도 않고 담당자들끼리 결론을 내렸다면서 이를 사건화해 군당에 해당 사실을 보고했고, 이것이 도당에까지 보고되면서 당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졌다.

다만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재정부장은 빠지고 군 건설 재정을 맡고 있는 부부장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상투쟁 대상이 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이 부부장은 평소 깐깐하고 고지식하게 일을 처리하고 상급 간부들에게도 굽신거리지 않아 ‘막대기 같은 사람’으로 불렸다”며 “그러다 보니 상급 간부들의 눈 밖에 나 이번 일에서 덤터기를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군당과 군 인민위원회의 의견서를 받은 도당은 국가 재정을 자신의 것처럼 아끼는 것은 좋은 자세지만 상급과의 토론이나 현장에서의 협의회도 없이 독단적으로 일을 처리한 것은 문제라고 지적하며 이 부부장에 대한 집중 사상투쟁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재 내적으로는 이 부부장의 해임까지 거론되고 있는데, 이 사안을 아는 주변인들과 주민들 사이에서는 평소 그를 못마땅하게 여긴 상급에서 그를 떼어내기 위해 꾸민 일이라는 뒷말이 무성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상급 간부들에게 밤낮 굽신대는 재정부장 대신 일 잘하는 부부장에게 모든 책임을 씌웠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식통은 “주민들은 세외부담으로 건설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일상인데 상급과 논의를 안 했다고 문제 삼은 것이 우습다면서 이번 사건은 마음에 안 드는 부부장을 갈아치우려는 군당과 군 인민위원회의 술수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