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부대 정치부, 군관들 집에 가짜 사민 보내 동향 감시

군관 가정 경제적 사정·정치적 동향 파악…비사회주의·반사회주의 행위 사상투쟁 분위기 조성

북한 평안북도 삭주군 청성노동자구 모습. / 사진=데일리NK

북한 강원도 철원군에 주둔하고 있는 한 군부대 정치부가 군관들의 가정집에 가짜 사민들을 보내 비밀리에 동향 파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철원군에 자리 잡은 한 군부대의 정치부는 이달 초 다양한 직종에서 복무하는 군관들의 집에 가짜 사민들을 보내 이들의 경제적 상황과 정치적 동향 등을 파악하고 적절치 못한 행위들에 대한 강한 사상투쟁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대 정치부로부터 임무를 받은 가짜 사민들은 군관들의 집에 찾아가 “당장 먹을 것이 없으니 좀 도와달라”, “진흙으로 쌓은 벽체가 당장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으니 세멘트(시멘트)나 목재 단 한 개라도 지원해 달라”, “당장 입을 옷이 없으니 입지 않는 허름한 옷가지라도 좀 달라”는 등의 부탁을 하며 문을 두드렸다.

군관과 그 가족들 대부분은 처지를 안타까워하고 동정하면서 방문자들을 집에 들여 밥을 대접하는 등 부탁을 조금이라도 들어주려 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문자들은 그렇게 군관들의 집에 들어가 그들의 경제 사정이 어떤지 살펴보고 집에서 어떤 음악이 흘러나왔는지, 가족끼리 주고받는 일상 대화 속에서 어떤 사상적 색채가 드러났는지를 모두 부대 정치부에 보고해 군관들 사이에 파장을 일으켰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집이 궁전 같다거나, 일반 주민들의 집 같지 않고 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것과 같이 외국 냄새가 나게 집을 잘 꾸려놓고 산다거나, 먹다 남은 밥과 찬을 주었는데 일반 주민들은 상상하지 못하는 진수성찬이었다는 등 방문 후기를 낱낱이 보고했다.

그런가 하면 이들은 어떤 군관 집에서는 이상한 반주의 음악을 틀어놓았는데 분명 우리나라의 음악은 아니었다거나 군관 가족들이 입고 있는 옷도 외제가 많고 화장품 냄새와 향수 냄새도 유달랐다는 등의 보고를 올리기도 했다.

이 같은 보고를 받은 부대 정치부는 군관들의 가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들을 모두 비판서에 종합 첨부해 강한 사상투쟁을 벌이도록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소식통은 “부대에서 유독 군의소장 한 사람만 문제 되지 않았는데, 그는 이번 사건으로 청렴결백한 것으로 검증돼 곧 승진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앞서 가짜 사민이 남루한 행색에 옥수수 한 배낭을 메고 군의소장의 집을 찾아가 “아이가 아픈데 약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면서 군 의약품을 거래해달라 애걸복걸했지만, 군의소장은 요구를 들어주지 않고 딱 잘라 돌려보내 결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다만 군의소장은 이번 일에 혼자만 살아남았다는 것으로 다른 군관들의 시샘과 따돌림을 받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