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당일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서는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높은 곳으로 오르는 주민들의 행렬이 이어졌고, 액운을 쫓기 위해 액막이하는 주민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지난 24일 정월대보름에 혜산시의 많은 주민들이 달맞이에 나서는가 하면 올해 액운을 쫓겠다며 액맥이(액막이)를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정월대보름(음력 1월 15일)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 풍년과 풍요를 기원하며 다양한 민속놀이와 음식을 즐기는 전통 명절이다. 북한에는 이날 오곡밥과 9가지 나물 반찬을 해 먹고 저녁에는 달을 보며 소원을 비는 풍습이 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이날 액막이를 하면 큰 효과가 있다고 믿어 점쟁이를 찾아가 액운을 쫓는 방법을 묻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이번 대보름날에는 심각한 생활난으로 오곡밥과 나물 반찬을 해 먹는 집이 별로 없었지만, 달구경을 가 소원을 빌거나 액맥이하는 세대는 많았다”며 “현재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고통과 어려움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정월대보름은 날씨가 흐려 달이 잘 보이지 않았음에도 달을 보며 소원을 빌기 위해 수많은 주민이 너도나도 높은 곳으로 모여 마치 행사장을 방불케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보릿고개가 한참 남았는데도 벌써 식량이 없어 고생하는 세대가 5집 중 3집이 된다”며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하기만 한데 대보름날 달에 소원을 빌면 소원이 성취된다고 하니 안 하기보다 나을 거라는 생각으로 소원을 비는 주민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또한 주민들은 어려운 살림에도 미리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치고. 정월대보름 저녁에 물을 떠 놓고 빌거나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지붕 같은 곳에 그려준 그림 같은 것을 넣어두는 등 점쟁이들이 일러준 방법대로 액막이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 이날 혜산시의 골목과 길거리에는 주민들이 액막이하는데 쓴 팥 등 음식은 물론 잔걱정이나 근심을 털어버린다는 의미로 버린 50원, 100원짜리 잔돈이 널리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미신행위는 북한에서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행위로 여겨져 단속에 걸리면 법적으로 처벌을 받게 되지만, 팍팍한 삶 속에서 마음에 위안이라도 얻으려 대보름날에 미신행위에 나선 주민들이 많았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걸리면 처벌받을 수도 있는 이런 행위를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삶에서 하루빨리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발버둥이나 다름없다”며 “하늘도 이런 주민들의 마음을 알아줘 올해는 주민 생활이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