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만 되면 돈 달라는 보위원들에 송금 브로커들 ‘골머리’

'숙제' 수행한다며 1000위안 이상 요구…부담 엄청나지만 후환 두려워 꾸역꾸역 자금 마련

북한 국경 지역의 보위부 청사. /사진=데일리NK

북한 함경북도 보위원들이 음력설, 광명성절 등 연이은 명절을 맞아 송금 브로커들에게 거액의 자금을 요구한 사실이 뒤늦게 전해졌다. 이에 송금 브로커들은 보위원들이 요구한 돈을 마련하느라 몸살을 앓았다는 전언이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에 “이달 초순부터 함경북도의 회령시와 온성군 등 국경 지역의 보위원들이 송금 브로커로 활동하는 주민들에게 많은 금액의 명절 자금을 강요했다”면서 “이에 송금 브로커들은 있는 돈 없는 돈 모두 끌어모아 자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북한 보위원들은 때마다 상급으로부터 자금 상납이라는 ‘숙제’를 받는다. 이 때문에 해마다 명절이면 보위원들은 상급이 내린 숙제와 자신들이 명절을 쇠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민을 협박하고 돈 뜯어내기에 혈안이 된다.

과거에는 밀무역 종사자들이 주된 표적이었으나 코로나 사태로 국경이 봉쇄돼 밀무역이 중단되면서는 불법 송금 활동으로 돈벌이하는 송금 브로커들이 먹잇감이 되고 있다. 실제 명절 때만 되면 보위원들이 여기저기서 돈을 달라고 달려들어 송금 브로커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 온성군에서는 보위원들이 연이은 명절을 앞두고 송금 브로커들의 집을 찾아다니며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했다. 보위원들은 기본 1000위안씩을 요구해 송금 브로커 1인당 평균 3000~5000위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금 브로커들은 당장 큰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지만, 후환이 두렵고 또 앞으로 돈벌이를 계속하려면 보위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기에 울며 겨자 먹기로 꾸역꾸역 자금을 마련해 전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송금 브로커들은 다들 돈벌이가 안 돼 아우성칠 때 돈을 번다는 장점 때문에 목숨을 내걸고라도 송금 일을 한다”면서 “명절 때는 법기관 종사자들 때문에 번 돈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지만, 내일을 위해 꾹 참고 돈을 내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회령시 보위원들 역시 이달 초 송금 브로커들에게 1000~1500위안 이상의 명절 자금을 요구했다는 전언이다. 보위원들은 거부 의사를 표한 송금 브로커들에게 앙갚음하듯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따라다녀 돈을 주지 않으면 안 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회령시의 한 송금 브로커는 보위원으로부터 명절 자금으로 2000위안을 마련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단지 얼굴만 아는 정도라 ‘다음에 해주겠다’며 조심스럽게 거절하니, 보위원은 ‘후회하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고 한다.

이후 이 송금 브로커는 이동할 때마다 보위원에게 미행당해 송금 일을 아예 할 수 없게 됐고, 그 압박감을 이기지 못해 결국 2000위안을 건넸다.

소식통은 “올해는 보위원들이 다른 때보다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해 송금 브로커들의 부담이 이만저만 아니었다”면서 “그렇지만 보위원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고, 이들의 눈 밖에 나면 어떤 결과가 돌아올지 잘 알기에 무리한 요구라도 들어줄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그러면서 “간첩을 잡아야 할 보위원들이 주민들의 주머니를 터는데 눈이 빨개 있는 것은 전적으로 당국의 책임”이라며 “배급이 없어 보위원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숙제 같은 부정부패는 계속되니 주민들을 괴롭히는 일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