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무역대표, 中서 불법 환전하다 체포…외무성·영사부 ‘발칵’

공식 은행 대신 환차익 크게 남길 수 있는 개인 환전상 접촉…신병 北에 인도됐으나 돈 환수는 아직

/그래픽=데일리NK

북한 무역일꾼이 중국에서 불법 외화 환전을 하다가 공안에 발각돼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중국 주재 북한 영사부는 물론 북한 외무성에도 비상이 걸렸다는 전언이다.

14일 데일리NK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무역대표부 A씨는 지난 1월 개인 환전상을 통해 불법으로 외환거래를 시도하다 중국 공안에게 발각돼 체포됐다.

A씨는 북한 권력 기관 산하의 대형 무역회사 소속 간부로, 수년간 중국에서 수출입 활동을 해온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개인 환전상을 통해 100만 달러(한화 약 13억 2870만원)를 전액 위안으로 환전하려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서 외국인이 외환거래를 할 경우 1인당 환전 가능 액수가 5만 위안(약 921만원) 이하로 제한된다. 더욱이 중국 공식 은행에서 환전할 경우 환차익을 크게 남길 수 없어 중국에 파견된 북한 무역일꾼들은 종종 공식 은행이 아닌 개인 환전상을 통해 불법으로 환전하고 있다.

100만 달러를 한꺼번에 위안화로 환전할 수 있다고 가정할 때 개인 환전상을 통하면 공식 은행보다 1~2만 위안(약 184~368만원) 정도의 환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 무역회사가 환차익을 크게 남기기 위해 100만 달러를 불법 환전하도록 지시한 것인지, A씨가 개인적으로 환차익을 빼돌리기 위해 개인 환전상과 접촉한 것인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100만 달러는 북한 개인 무역일꾼이 소지하기 힘든 큰 액수라는 점, A씨가 중국 공안에 체포된 후 북한 영사관이 즉각 나섰다는 점 등에 미뤄볼 때 북한 무역회사가 조직적으로 불법 환전을 지시했을 것으로 파악된다.

무역 사정에 밝은 북한 내부 소식통은 본보에 “무역대표들이 중국에 나가서 활동할 때 몇십만 딸라(달러)에서 백만 딸라는 쉽게 움직이는 돈”이라며 “개인이 마음대로 그 돈을 환전할 수는 없고 (상부) 지시에 따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A씨가 단순 환차익뿐만 아니라 자금세탁을 위해 불법 환전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역 목적이라면 달러가 통용되기 때문에 굳이 달러를 위안으로 환전할 이유가 없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100만 달러의 거액을 현금으로 소지하고 있다가 환전하려 했다는 점도 부정하게 얻은 돈을 세탁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한편, 북한 영사관 직원들은 중국 공안 부서를 찾아 다니며 사건을 자체적으로 조사하고 A씨의 신병을 인도받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북 소식통은 “이번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평양에서 외무성 직원이 중국으로 급파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이 이번 사건을 인지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사건을 원만히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얘기다.

현재 A씨의 신병은 북한 측에 인도됐으나 그가 환전하려 했던 금액은 환수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중국에서는 불법 환전을 하다 적발되면 돈은 전액 몰수된다”며 “저쪽(북한)에서 국가가 직접 나서도 몰수된 돈을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