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초부터 시작된 평양시민 이사 행렬…중심구역→주변구역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 1월 이사 세대 대폭 늘어나…고령의 주민들 먹고살 길 찾아 주변구역으로

과학자거리
북한 평양 중구역의 미래과학자 거리. /사진=북한 사이트 ‘류경’ 홈페이지 화면캡쳐

새해 들어 중심구역에서 퇴거해 주변구역으로 이사하려는 평양시민이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은 23일 “올해 1월 보름간 평양시 사법기관 주민등록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1월에 비해 올해 1월 중심구역에서 주변구역으로, 여러 칸에서 한두 칸으로, 아파트에서 단층이나 지하로 옮기는 세대가 눈에 띄게 늘었다”고 전했다.

이사는 보통 4월이나 10월 봄가을에 가장 활발한데, 올해는 1월부터 이사하려는 세대가 많아 평양시 집데꼬들과 안전부들 속에서는 ‘이제는 사계절이 다 이사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정초부터 퇴거, 이사 행렬이 이어지고 있는 원인은 현재 평양 중심구역에 사는 주민들이 겪고 있는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지금의 거주 퇴거·이사 행렬은 집단적 무리 배치와 같은 국가적 조치에 의해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라며 “코로나 이후 경제난에 살기 힘들어진 평양시민들이 살길을 찾아 나서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평양시 중심구역에서 허덕이며 사느니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주변구역에 살면서 텃밭에 채소나 풋강냉이라도 심어 먹고사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세대가 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중심구역 아파트를 웃돈 받고 팔면 그 돈으로 주변구역에 집을 사고도 장사 밑천이 남으니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희망이 생긴다”고 말했다.

거주 이동의 자유가 제한된 북한에서는 거주지를 옮기려면 반드시 해당 지역 안전부 주민등록과를 거쳐 퇴거 수속을 밟아야 한다. 그래야 이사해 새로 살 곳에서 거주 등록이 가능하다.

살림집 거래는 본래 불법이지만 부동산 암거래 시장이 형성돼 있어 매매 과정에서의 다툼이나 별다른 잡음만 없다면 거주지에 맞는 입사증 교부 발급과 퇴거 및 등록 수속은 돈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1월 보름간 중심구역에서 주변구역으로 거주지를 옮긴 세대의 과반이 중심구역에서 태어나 줄곧 중심구역에 살았던 고령의 주민 세대다.

소식통은 “평양시 중심구역에서 태어났어도 살기 힘든 사람들은 다 살길을 찾아 주변구역으로 나가고 있다”면서 “수입이 없어 국가 공급만 바라보는 나이 든 주민들 같은 경우는 궁궐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보다 배불리 먹고 사는 게 낫다면서 웃돈 받고 이사하는 길을 택한다”고 했다.

반대로 웃돈을 내고 주변구역에서 중심구역으로 들어온 세대 가운데는 자식을 더 좋은 환경에서 교육시키려는 취학 자녀를 둔 젊은 부부 세대가 가장 많고, 지방의 돈 많은 집안 출신 여성과 평양시 태생 남성으로 묶인 신혼 세대가 그 뒤를 잇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평양시 중심구역의 공급이 더 좋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 때문에 중심구역으로 오려는 사람들은 계속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