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서 빚독촉에 시달리는 북한 주민들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함경북도에서는 빚독촉을 받던 30대 남성이 채권자를 폭행하는 사건도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27일 데일리NK에 “올해가 끝나가면서 돈을 빌려줬거나 물건을 외상으로 준 사람들이 돈 받을 사람들을 쫓아다니며 빚독촉을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돈 받을 사람과 갚아야 할 사람 사이에 몸싸움이 자주 벌어진다”고 말했다.
자금이 필요할 경우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남한과는 달리 북한 주민들은 은행거래를 하지 않고 개인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다.
또한 취약계층의 경우 식량이나 물품을 외상으로 쓰고 추후에 돈을 갚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북한 주민들은 ‘연말이 가기 전에 빌려준 돈을 모두 받아야 새해 일이 잘된다’는 인식이 강해 채권자들은 12월이 되면 빌려준 돈을 받으러 다니곤 한다.
하지만 올해는 주민들의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예년보다 빚독촉을 받는 주민이 늘어났고 이로 인해 채무자와 채권자의 갈등이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다.
지난 23일 청진시에서는 30대 제대군인 남성 이 모 씨가 빚을 받으러 온 20대 여성 김 모 씨를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 씨는 김 씨가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돈을 내놓으라고 소리치자 흥분을 참지 못하고 김 씨를 폭행했다.
김 씨는 외상으로 준 담뱃값 1만 8000원을 받기 위해 이 씨의 집을 찾아가다가 사람들이 모여있는 동네 어귀에서 이 씨를 만났다.
김 씨는 처음에는 좋은 말로 돈을 달라고 했지만 이 씨가 “돈이 없다”고 말하자 동네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언제 가져간 돈을 아직도 안 갚고 있냐. 자기가 필요할 땐 손이 발이되게 빌면서 이제는 돈이 없다고 하면 다냐”며 소리를 질렀다.
이에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고 생각한 이 씨가 김 씨를 무차별적으로 때리다가 동네 사람들이 말리면서 폭행을 멈췄고 김 씨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이후 김 씨와 그 가족들이 폭행을 가한 이 씨를 출당시키겠다고 밝혔지만 이 씨의 부모들이 한번만 봐달라고 애절하게 부탁하면서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최근 이런 사건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새해가 다가오면서 설 명절 준비로 바빴던 들뜬 분위기는 몇 년 사이 싹 사라지고 빚독촉과 먹을 걱정으로 12월은 주민들에게 더욱 힘든 시기가 됐다”며 “일부 채권자들은 빚을 받을 때까지 채무자 집에 버티고 앉아있거나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고성을 질러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추운 날씨에도 밖을 나도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12월에는 상인들도 쌀을 외상을 주지 않으려 하면서 끼니를 거르는 집들도 속출하고 있다. 소식통은 “요즘은 어느 장사꾼이든 절대로 외상 거래를 하지 않는다”며 “배를 곯는 사람은 많아지고 여기저기서 빚독촉으로 싸움이 나니 사회분위기가 뒤숭숭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