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내기 3배 요구한 농장에 항의한 작업반장, 돌연 체포돼

1.5배에서 3배로 갚으라는 농장에 유일하게 맞섰다가 난데없이 들이친 검찰에 끌려가

북한 황해남도 재령군 삼지강농장의 논갈이 모습.(기사와 무관) /사진=노동신문·뉴스1

황해남도 재령군의 한 농장 작업반장이 올해 봄 작업반들에 꿔준 돈을 가을에 3배로 받아내려 한 농장 관리위원회와 리당위원회에 항의했다가 돌연 검찰에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해남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에 “황해남도 재령군의 한 농장은 올봄 씨붙임 시기에 각 작업반에 가을내기(가을 수확기에 작물로 갚는 것)로 농기구, 기름, 박막 등을 꿔줬는데 가을에 농장 관리위원회와 리당위원회가 약속과 달리 3배의 값으로 거둬들이겠다고 해 작업반장으로부터 항의를 받았다”며 “그런데 이 작업반장이 갑자기 검찰에 체포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농장 관리위원회는 지난달 초순부터 모든 작업반에 ‘봄에 꿔간 가을내기를 빨리 바치라’고 재촉하면서 ‘봄에는 1.5배를 약속했으나 국가적 과제도 많고 상황이 달라졌으니 3배를 바치라’고 요구했다.

관리위원회는 리당과 합의해 결론을 내린 것이라면서 작업반들에 완강하게 3배를 요구했다고 한다.

작업반장들은 관리위원회의 어처구니없는 행태에 분노했지만, 직접적으로 항의했다가는 목이 달아날까 두려워 아무런 대꾸도 못 하고 끙끙 앓기만 했다.

그러던 중 한 작업반장 50대 박모 씨가 관리위원회와 리당에 정면으로 맞섰다.

실제 박 씨는 ‘가을에 1.5배만 받겠다고 했는데 갑자기 3배를 내라니 이게 무슨 행태냐. 관리위원회와 리당은 협잡꾼 집단이냐’며 목소리를 높였다는 전언이다.

그런데 그로부터 며칠 후인 지난달 말 군 검찰소가 난데없이 박 씨의 집에 들이쳐 그를 체포해가는 일이 벌어졌다. 군량미 헌납에 가장 의견을 부리고, 낟알도 개별적으로 많이 빼돌리는 국가재산탐오낭비죄를 저질렀다는 신소가 접수됐다는 게 검찰이 내세운 체포 이유였다.

박 씨는 ‘누가 그런 신소를 했느냐’며 즉각 반박했지만, 검찰 측에서는 ‘신소는 무기명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 그를 끌고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박 씨가 검찰에 잡혀간 당일 저녁 농장 관리위원회는 기다렸다는 듯 그 대신 1분조장을 곧장 작업반장으로 임명한다고 선포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주민들은 ‘그 누구든 상급의 명령을 안 따르면 검찰을 동원해서라도 무참하게 짓밟는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라면서 혀를 찼다”며 “이번 일에 내적으로 불평했던 다른 작업반장들은 박 씨가 잡혀가는 것을 보고서는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