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 마련 못 한 학교들, 수업 중단하고 학생들 나무하러 보내

혜산시 학생들 갑산, 풍서 등 농촌으로 내몰려…자식들 고생에 부모들은 안타까움 토로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한 산 중턱에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철저히 관철하자!’라는 문구가 설치돼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양강도 혜산시의 일부 학교들이 수업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월동용 땔감 마련에 내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에 “최근 혜산시의 일부 학교들은 학생들을 갑산이나 풍서군의 농촌으로 보내 나무를 해오게 하고 있다”면서 “겨울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들이 아직 화목(火木)을 충분히 마련하지 못해 취한 조치”라고 전했다.

북한의 학교들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들에게 땔감이나 이를 마련할 비용을 부담시켜왔다. 그런데 올해는 주민 생활난 여파로 학교에서 요구한 땔감이나 이를 대신할 돈을 바치는 학생들이 적어 학교들이 월동용 땔감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앞서 본보는 혜산시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땔감을 바치거나 현물이 없는 경우에는 돈으로 대체해 내라고 포치했으나 학급의 1~2명을 내놓고는 바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혜산시 학교들, 학생들에 겨울나기 땔감 마련 요구했지만…)

이에 헤산시의 일부 학교들에서는 수업을 중단시키고 학생들을 농촌으로 내몰아 나무를 해오게 하는 식으로 땔감 마련에 나서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학교들에서는 화목을 마련하지 못하면 겨울에 수업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렇게 되면 학교 교장들이 모든 책임을 떠안아 해임이나 무거운 처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그래서 모든 학교 교장들이 월동 준비에 신경을 굉장히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보통은 10월까지 월동 준비를 마치는데 올해는 아직 준비하지 못 한 학교들이 많아 자체 결심으로 수업까지 중단하며 화목 준비를 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시내에서는 나무를 할 곳이 없으니 학생들을 농촌에 보내 나무를 해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어떤 학교는 일주일간 학교 전체 수업을 중단하기도 하고 어떤 학교는 학년별로 날짜와 순서를 정해 차례로 농촌에 보내기도 하는 등 학교마다 방식이 다르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실제 혜산시의 한 초급중학교(우리의 중학교)에서는 학년별로 나눠 1학년 전체 학급에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주고 다음 한 주는 2학년 전체 학급에 일주일이라는 기간을 주는 식으로 나무를 해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학생들은 농촌에 가서 나무를 운반해오는 것도 자체로 하고 있다”면서 “배낭끈이나 밧줄 같은 것으로 나무를 묶어 등에 메고 오는데, 이런 모습이 처량했는지 시내와 농촌을 오가는 소달구지나 차들이 길가에서 학생들을 보면 나무라도 실어다 주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식통은 “곱게 키운 자식들을 농촌에까지 보내 나무를 하게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린 학부모들은 자신들이 부모 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해 자식들을 고생시키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있으나 아무리 노력해도 돈 나올 데가 없으니 입술을 깨물며 자식들을 나무하러 보낼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어린 학생들을 나무하러 보낼 수 없는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들에서는 학부모회의를 열어 ‘겨울이 얼마 남지 않아 보름 후부터는 불을 때야 하는데 땔감이 없다. 부모들이 농촌에 가서 나무를 해서라도 자식들을 위해 땔감을 마련해 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기도 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농촌도 아니고 시내 학교들에서 학생들을 농촌으로 나무하러 보내는 일은 보기 드문 일”이라면서 “이는 주민 생활이 그만큼 어렵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단편적 실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