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산시 학교들, 학생들에 겨울나기 땔감 마련 요구했지만…

어려운 경제 사정에 낸 경우 손에 꼽아…긴급 학부모 회의까지 열어가며 재촉

북한 양강도 혜산시 국경 지역. /사진=데일리NK

겨울이 다가오면서 양강도 혜산시 학교들이 겨울나기용 땔감 마련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현물이나 돈을 바칠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에 “겨울철에 교실을 덥힐 화목을 자체로 마련해야 하는 혜산시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월동용 화목이나 그에 상응하는 돈을 바칠 것을 재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에서는 매년 9월 말, 10월 초가 되면 학교들이 겨울나기를 위한 땔감 마련에 나선다. 올해도 어김없이 학교들에서는 학생들에게 ‘10월 10일(당 창건일) 전까지 현물로 땔감을 바치거나 현물이 없는 경우에는 돈으로 대체해 내라’고 포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郡)의 학생들은 직접 산에 가서 나무를 베거나 나뭇가지를 주워 내기도 하지만, 시내에서는 장마당에서 땔감을 구매하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어 학생들이 장마당에서 산 현물을 바치거나 돈으로 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소식통은 “현재 혜산시 장마당에서는 화목 1㎥당 가격이 (북한 돈) 13만 원 정도”라며 “화목 가격은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비싸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지금이 구매하기에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시내 학교들은 이 같은 장마당 시세를 반영해 돈으로 내는 경우 학생 1인당 13만 원의 땔감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여태껏 현물이나 돈을 낸 학생들이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 일부 학교들에서는 긴급 학부모 회의까지 열어 빨리 바치라고 재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지난 7일 혜산시의 한 소학교의 한 담임 교원은 긴급 학부모 회의를 열고 “겨울철 화목을 바치라고 포치한 지 보름이 돼 가는데 현재 1~2명을 내놓고는 바치지 않고 있다. 지금 화목을 마련해 놓지 않으면 학생들이 겨울에 꽁꽁 언 교실에서 공부하게 되니 아무리 어렵더라도 학생들이 따뜻한 교실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부모들이 도와달라”고 호소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다만 일부 학부모들은 “제 자식을 추운 교실에서 공부시키고 싶은 부모가 세상 어디에 있겠느냐”, “주머니에 그만한 돈이 있으면 입에 거미줄 치게 되더라도 바치겠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학교들에서는 올겨울 교실에 불을 때지 못해 공부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여기(북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주민들의 세외부담으로 해결하는데, 지금은 주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애로가 되는 부분이 한둘이 아니다”며 “학부모들이 나무를 보장해 주지 못하면 학생들이 겨울에 공부하기 어려운 이 상황이 나라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