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기업소 체육대회로 운동장 빌리자, 교육부 “대가 받아라”

학교들에 노골적으로 지시하며 신신당부…비사회주의 행위지만 지원 명목으로 돈 받아

북한 함경북도 남양노동자구 시내에 있는 학교 운동장에 아이들이 모여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황해북도 인민위원회 교육부가 도내 학교들에 ‘기관, 기업소들이 가을철 체육대회를 위해 학교 운동장들을 빌릴 때 무조건 대가를 받아내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실제 학교들은 운동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기관, 기업소들로부터 돈이나 식량 등을 받아냈다는 전언이다.

데일리NK 황해북도 소식통은 25일 “도 교육부는 이달 초 기관, 기업소들이 해마다 진행하는 가을철 체육대회를 위해 학교 운동장을 빌려 쓰는 문제와 관련해 운동장을 빌려주는 학교들에서는 대가를 받고 빌려주라는 방침을 내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해마다 가을철이면 기관, 기업소들에서 체육대회를 진행하는데, 큰 기업소들은 한 달 전부터, 작은 기업소들은 보름 전부터 경기 연습 준비로 학교 운동장을 빌려 쓴다.

이에 도 교육부는 이달 초 학교들에 ‘운동장들을 그냥 빌려주지 말고 무조건 대가를 받고 빌려주라’고 신신당부하는 방침을 노골적으로 내세웠다는 것이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대가를 받고 운동장을 빌려주는 것은 원래 비사회주의 행위로 구분되는 것이지만 이번에는 도 교육부가 방침을 내세움에 따라 학교들에서 운동장을 빌려주고 대가를 받아도 비사회주의 행위로 걸려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 교육부는 학교들이 수년간 국가로부터 컴퓨터를 비롯한 기재들과 교구비품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과거와 달리 기관, 기업소들에서도 학교를 경제적으로 도와주기를 외면하고 있는 이상 대가를 받고 운동장을 빌려주는 것은 절대 비사회주의 행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는 전언이다.

그러면서 도 교육부는 가을철 체육대회 때뿐만 아니라 기관, 기업소들에서 평소에 축구, 농구 등의 경기를 한다며 운동장을 빌려달라고 할 때도 대가를 받는 것이 응당한 일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소식통은 “운동장을 빌려주는 대가로 얼마를 받는지는 한도나 규정이 따로 없어 기관, 기업소들과 학교 일꾼들이 알아서 정하게 됐다”며 “사리원시에서는 14일부터 20일 사이에 진행되는 체육대회를 위해 운동장을 빌려 쓴 기관, 기업소들이 학교들을 지원한다는 심정으로 돈이나 식량 등 여러 가지를 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운동장을 빌려 쓴 대가로 기관, 기업소들이 지불한 돈이 학교 꾸리기나 현대화 사업에 쓰이면 좋겠지만, 학교 일꾼들이 자기들끼리 알아서 처리해 버릴 것이 뻔하다’, ‘정확히 따지자면 이는 분명 비사회주의 행위인데, 학교들에 지원한 것처럼 미화하는 것이 우습다’는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