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송환이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중국에 남아 있는 북한 노동자들은 부실한 급식과 장시간 노동 등 여전히 열악한 환경에서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NK 중국 현지 대북 소식통을 통해 이달 초 북한 노동자들이 채용된 랴오닝(遼寧)성의 한 의류 공장에서 제공된 급식 내용을 살펴본 결과 하루 세 끼 식사에 모두 똑같은 국이 나왔고, 반찬도 거의 비슷했다.
이곳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기숙사에서 작업장으로 출근해 곧바로 6시 30분부터 아침 식사를 하는데, 이날 아침 급식에는 흰 쌀밥과 배추를 넣은 된장국, 김치, 무·고추장아찌가 전부였다.
밥과 국, 김치는 기본적으로 나오고 끼니마다 재료만 조금 달라진 장아찌 종류가 반찬으로 제공된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아침 식사 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로 정해져 있지만 노동자들은 대부분 15분 이내에 식사를 마치고 곧장 작업을 시작한다고 한다.
점심 식사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시작되며, 이날 점심 급식은 아침 때와 메뉴가 똑같았다. 다만 점심 때는 정해진 식사 시간인 12시 30분까지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한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날 노동자들은 점심 식사를 마치고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작업장 앞에서 바람을 쐬는 모습을 보였다.
오후 작업은 12시 30분부터 시작돼 5시간 동안 이어졌고 그사이 노동자들에게 간식 같은 것은 전혀 제공되지 않았다.
이날 17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저녁 식사에는 아침과 점심에 나온 똑같은 메뉴에 채소볶음만 하나 추가돼 급식이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채소볶음을 빼면 노동자들은 이날 하루 아침, 점심, 저녁에 모두 똑같은 음식을 먹은 셈이다.
소식통은 “아침, 점심, 저녁 식사가 모두 같은 반찬으로만 제공되는 날도 적지 않다”며 “급식에 고기류가 나오는 경우는 한 달에 한두 번 손에 꼽을 정도인데 야간작업이 계속되는 날은 주로 오리고기가 제공된다”고 했다.
오리고기가 제공되는 이유는 여러 고기 중에 오리고기가 가장 저렴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훈제 오리고기 한 마리 가격은 12~15위안으로, 우리나라 돈으로 환산하면 3000원 정도다.
오리고기보다 가격이 비싼 돼지고기는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이나 9.9절(북한 정권수립일) 같은 국가 기념일에만 제공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노동자들은 이렇게 부실한 급식을 먹으며 여전히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형편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중 간 여객기, 열차, 버스 운행이 재개돼 본격적으로 송환이 이뤄지면서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중국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의 귀국이 임박한 상황에서 중국 회사와 관리 간부들은 노동자들에게 대형마트나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외출 시간을 허락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해외 파견 北 노동자 귀국 준비 한창?…中 대형마트서 포착)
소식통은 “중국 회사들은 하루라도 노무자들을 쉬게 하면 손해이기 때문에 현재 중국에 있는 인원들의 귀국과 신규 노무자의 (중국) 입국이 순차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