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학교들, 가을 소풍·운동회 조직했지만 참여율이…

담임 교사들에게 돈 챙겨주는 문화…생활난 겪는 부모들, 아예 자식을 학교에 안 보내

북한 소학교에서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습. /사진=북한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 홈페이지 화면 캡처

북한 함경북도의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와 초·고급중학교(중·고등학교)들이 가을 소풍과 운동회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극심한 생활난으로 하루 한 끼 챙겨 먹기도 버거운 주민들은 이에 큰 부담을 호소했다는 전언이다.

7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회령시의 소학교와 초·고급중학교들이 지난 5일 가을 등산과 운동회를 진행했다”며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끼니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주민들이 많아 올해는 가을 등산이나 운동회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북한은 매년 봄과 가을에 소학교, 초·고급중학교들에서 소풍을 조직하는 문화가 있다. 이날에는 또 학교들에서 조를 나눠 다양한 종목을 겨루는 운동회를 열기도 하는데, 이때 학생들은 부모들이 준비해준 도시락과 과일 등 간식을 싸와서 먹고 즐긴다.

특히 북한의 교사들은 이날을 자신이 맡은 학급의 학생들로부터 선물을 받는 날로 인식한다고 한다. 학생들이 담임 교사를 위해 도시락을 하나 더 준비해가던 풍습이 점점 변질돼 2010년대 이후로는 교사들에게 현금을 챙겨주는 것이 하나의 관례로 정착됐기 때문이라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에 오늘날 교사들은 소풍, 운동회날을 학생들에게서 선물을 받는 날로, 학부모들은 자식의 담임 교사에게 돈이나 값나가는 선물을 챙겨주는 날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생활난으로 인해 자식의 담임 교사에게 줄 현금이나 선물을 준비할 형편이 되지 않는 부모들은 아예 자식들을 가을 소풍이나 운동회에 보내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소식통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등산 보내려면 적어도 200위안 이상은 있어야 한다”면서 “도시락은 대충 준비한다 쳐도 담임들은 단 얼마라도 가져왔을 것이라 기대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빈손으로 보내면 눈 밖에 날 수 있으니 차라리 보내지 않는 게 마음이 더 편하다고 부모들은 말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회령시의 어떤 부모들은 ‘자식이 학교에서 등산을 간다며 좋아하는데 생활난 때문에 보내지 못해 가슴이 찢어진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담임에게 50위안 이상은 줘야 하는데 쥐어짜도 나올 데가 없는 형편이니 등산에 보낼 엄두조차 나지 않는다는 부모들이 올해 유독 많았다”며 “담임에게 얼마를 주는가에 따라 자식들이 받는 대우가 달라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활이 어려운 주민들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자식들을 아예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이 낫다고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결석하는 학생들이 많은 상황에서 생활의 어려움으로 가을 등산에 참여한 학생들이 학급(20~25명)에 40~50%밖에 되지 않았다”면서 “심각한 생활난을 겪고 있는 지금 등산은 학생들에게 즐거움이 아닌 슬픔이, 그들의 부모들에게는 근심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