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내 일부 북한 건설회사들에 갑작스럽게 늘어난 외화벌이 계획분이 내려지면서 행정 일꾼과 당 일꾼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데일리NK 러시아 현지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모스크바와 노보시비르스크에 있는 북한 건설회사들에 기존 하반기 외화벌이 계획분에서 1.5~1.7배 늘어난 계획분이 추가로 내려졌다.
앞서 북한 건설회사 지배인들은 중국 내 북한 노동자들이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며 조국에서 귀국을 다그치면 하반기 외화벌이 계획분이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9·9절(북한 정권수립일) 75주년과 군수공업 활성화 정책을 명목으로 계획분이 늘어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다.
이에 모스크바의 한 북한 건설회사 지배인은 ‘당장 늘어난 외화벌이 계획분을 수행하기 바쁘니 매주 토요일 사업소에 모여 진행하는 생활총화나 학습, 강연을 현장에서 대신하게 해달라’고 정치조직 총책임자인 당비서에게 제안했다가 정치적으로 문제를 걸고 든 당비서와 갈등을 빚었다.
노보시비르스크의 한 북한 건설회사 지배인도 각자 노트 정리하는 식으로 생활총화를 대체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늘어난 외화벌이 계획분을 차질 없이 수행하고 언제 귀국할지 모르는 노동자들에게도 월급을 주려면 시간이 곧 돈’이라고 당비서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당비서는 ‘계획분을 못 하면 지배인이 책임져야 하니 이번에만 눈감아 달라’는 지배인의 간곡한 요청에도 ‘일주일에 토요일 딱 한 번도 제대로 안 하면 머리에 녹이 슨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다.
소식통은 “늘어난 계획분을 받은 건설회사 사장(지배인)들은 계획분을 수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니 생활총화나 토요강연회 같은 것은 당연히 달가워하지 않는다”며 “사장들은 생활총화를 하는 시간만큼 국가가 계획분을 까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당비서들에게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모스크바의 북한 건설회사 지배인은 ‘한 사람이 생활총화하는 1시간 동안 벌 수 있는 돈이 1500루블(한화 약 2만원)이라고 할 때 300명인 한 개 회사에서 45만 루블(약 620만원)이 날아가는 것’이라며 ‘당비서들이 외화벌이 계획분 수행에서 손님 행세를 하고 있다’고 격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이 지배인은 ‘한 달 매주 토요일 총 4번으로 계산하면 월에는 180만 루블(약 2490만원)을 손해보는 것이고, 180만 루블이면 일반적 한 개 작업소(25~40명)의 한 달 계획분이니 당비서와 전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현재 일부 북한 건설회사들에 늘어난 하반기 외화벌이 계획분이 내려진 것으로 확인됐으며, 러시아 내 모든 북한 건설회사들에 늘어난 계획분이 내려졌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