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장마에도 북한 시장의 채소와 과일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과 공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주민들이 지갑을 열지 않아 가격 변동이 크지 않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에 “폭염이나 장마로 남새(채소) 과일 생산에 문제 발생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영 나쁘지는 않다”며 “만약 문제가 있었다면 시장에도 물건이 들어오지 않았을 텐데 현재는 그런 일이 없다”고 전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이어지면서 채소 및 과일 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소식통의 전언에 미뤄볼 때 채소와 과일 가격 변동이 크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올해 장마철 북한 시장의 채소와 과일 가격은 오히려 예년 이맘때보다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지난해에는 7000원 이하로 살 수 있는 과일이 없었는데 올해는 살 수 있는 과일이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시장에서는 복숭아, 자두, 살구가 1kg 기준 5500원, 4000원, 3000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2021년 평안남도 지역에서 복숭아, 자두, 살구가 각각 9000원, 1만 2000원, 1만 1000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해보면 값이 내려간 모양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폭염·홍수 폭탄…북한서 과일·채소값 작년 대비 2배로 ‘껑충’)
이와 관련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7일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 발생에도 과일군의 복숭아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1.5배 이상 늘었다고 선전한 바 있다.
폭염, 장마에도 북한의 채소 및 과일 가격이 비교적 안정적인 것은 주민들의 경제 사정 악화로 인한 수요 감소도 맞물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은 “남새나 과일이 앞지대(내륙)서 많이 들어오지만 잘 팔리지 않아 가격이 눅다(싸다)”면서 “(값이 떨어져도) 사람들은 가격이 부담돼 사 먹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요즘은 옥수수쌀도 사 먹기 어려워하는 주민들이 많아 잘 사는 집들을 제외하면 과일은 결혼이나 제사 등 일이 있을 때나 사 먹는데, 상인들도 이런 상황을 알아 쉽사리 가격을 올리려 하지 않는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국경이 풀리면 중국산 채소나 과일이 들어올 테니 가격이 더 많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때가 되면 생활이 힘든 사람도 저렴해진 과일을 사 먹을 수 있을 텐데 그것도 부담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북한은 채소나 과일 생산에서도 특별한 국가적 지원 없이 자력갱생만 강조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국가가 하는 거라곤 ‘맨주먹에 충성심만 있으면 못 해낼 것이 없다’,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라면서 농장원들을 못살게 구는 것 뿐”이라며 “농사가 잘되면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은덕이고 안되면 밑바닥 일꾼이나 농장원들 책임을 묻는 것이 늘 반복됐던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