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당 간부 명절 공급용 진상품 ‘황주 사과’ 썩어 사달

'8호 제품' 보관 관리·감독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황주군 품질감독소 책임자들 처벌

북한 대동강과수종합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황해북도 당위원회 조직부가 ‘8호 제품’ 과일 관리·감독을 제대로 못 한 황주군 품질감독소 문제를 심의하고 책임자 처벌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소식통은 “올해 광명성절(2월 16일, 김정일 생일)을 맞으며 지난 7일 중앙당 경리부에서 황주군에 내려가 8호 제품 황주 사과를 요해(파악)했는데, 불량인 것들이 많아 중앙에 올려보내야 하는 정량을 못 채우게 됐다”며 “이에 지난해 가을 수확한 사과의 품질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것으로 황주군 품질감독소의 책임 문제가 불거졌다”고 전했다.

8호 제품은 매년 명절이나 특별한 계기 때마다 중앙에 진상품으로 올라가는 우수한 품질의 농·축·수산물로, 황해북도 황주군의 특산물인 황주 사과는 8호 제품 과일의 한 종류로 알려져 있다.

중앙당 경리부는 앞서 지난해 가을에 수확된 황주 사과를 등급별로 선별한 다음 하나하나 그물 모양의 완충재를 씌우고 박스 포장해 총 3톤을 올려보냈고, 올해는 광명성절을 앞두고 중앙당 간부 명절 공급용 사과를 2톤 더 올려보내려 황주군에 내려갔다가 보관돼 있던 사과들이 썩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소식통은 “중앙당 경리부는 과일을 잘 보관해야 명절 때 계획분을 가지고 올라갈 수 있는데 이번에 황주에서 사고를 쳐 계획된 사과 2톤 물량의 절반도 못 건지게 됐다고 노발대발했다”며 “이것이 그대로 중앙에 보고돼 황해북도당에서 황주군 품질감독소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을 결정하는 데까지 이르렀다”고 말했다.

중앙의 불호령을 받은 황해북도당은 이번 사고가 황주군 품질감독소 책임감독원과 감독원들의 무책임성에서 기인한 것이라 보고 이들을 질책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황주군의 8호 제품 사과는 천연 지하 저장고에 보관되는데, 규정상 품질감독소에서 월 2회 제대로 보관되고 있는지 검열하게 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도당은 이것이 잘 집행되지 않아 사과가 썩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평가했다.

소식통은 “황해북도당 조직부는 8호 제품 생산물 관리 감독을 제대로 못 한 황주군 품질감독소 문제를 현장에서 심의하고 책임 있는 대상들인 책임감독원 1명과 감독원 2명에게 엄중 경고 처벌을 내렸으며 특별히 책임감독원은 직위에서 해임할 것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특히 도당 조직부는 ‘8호 제품 사과가 썩은 데 대한 책임은 단순하지 않다’며 ‘혁명의 수뇌부에 대한 품질감독 일꾼들의 사상과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이번 사안을 품질감독소 당 조직의 규율 문란 문제로까지 취급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품질감독소 당비서에게는 며칠간 도당에 올라가 비판서를 쓰라고 지시하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도당 조직부는 이번 일이 지난해 9월 개정된 품질감독법에도 심히 저촉되는 문제라면서 도 안전국 경제감찰과에 ‘법적으로 엄하게 다스릴 대상들이 있으면 사안에 따라 법적으로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황주군 품질감독소 일꾼들은 이번 당의 조치에 불만스러운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황주군 품질감독소 종업원들은 이런 품질의 사과는 일반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하는 귀한 것이고, 작은 흠집이 있더라도 충분히 도려내서 먹을 수 있는데 중앙에서는 불량품으로 취급한다면서 국가 품질감독의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고 말한다”고 했다.

한편 황해북도당은 중앙당 경리부에서 불량이라고 퇴짜 놓은 사과를 8호 제품 보관 저장고에 더 두지 말아야 한다며 전부 꺼내 광명성절을 맞으며 도내 육아원, 중등학원, 전쟁 노병 등에게 몇 개씩 공급하고 나머지는 도당 경리부에 귀속시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도내 장마당 과일 장사꾼들은 황주 사과 일부가 도당 경리부에 귀속된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중앙당 간부들만 먹는 진상품 사과가 곧 장마당에 풀리리라 예상하며 반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