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지역 방역 강화하며 주민 통제하는 北…평양과 온도차

마스크 착용 의무화하고 발열자 세대 전부 자가 격리… "밀수 못 하게 하려 봉쇄" 비판도

북한 평안북도 압록강변 도로 위에 정차 중인 차량.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발열 및 호흡기 질환자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당국은 방역 강화를 지시하고 한층 강력한 주민 통제에 나섰다는 전언이다.

11일 데일리NK 평안북도, 자강도 소식통에 따르면 국가비상방역사령부는 지난 1일부터 평안북도 염주·철산·의주·룡천·삭주군과 자강도 자성·중강·만포·위원군 등 일부 국경 지역에 발열자 등 돌림감기가 의심되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는 이유로 방역 강화 조치를 내렸다.

앞서 북한은 7·27(정전협정 체결일)을 계기로 7월 마지막 주에 주민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장마당 개장 시간을 단축했는데, 그 이후 방역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한층 강력한 주민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은 세대원 중 발열자가 발생할 경우 세대 전체 자가 격리, 주거 지역이 아닌 시·군 경계 이동을 금지하고 길거리에 임시 위생방역초소를 설치해 수시로 주민들의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검사하고 발열 체크도 진행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이 같은 방역 강화 조치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지역 주민들은 대부분 중국과의 무역으로 경제활동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개인 뙈기밭(소토지) 농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한다.

소식통은 “김매기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 낟알이 제대로 열리지 않는데, 김매기로 한창 바쁜 시기에 마스크 착용을 단속하고 자가 격리를 하라고 하니 주민들은 이를 옭아매는 조치로 인식했다”며 “어떤 이들은 ‘죽으라는 것 아니냐’며 비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방역 강화 조치를 내리면서 ‘봉쇄’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는 않았으나 주민들은 이를 ‘봉쇄’로 인식해 불만을 드러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이렇듯 주민 불만이 거세자 일부 지역에서는 당초 7~10일 정도로 설정한 방역 강화 기간을 5~7일로 단축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정작 대규모 행사들이 치러진 수도 평양은 7·27 행사 후에도 방역 강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7·27 행사 전후로 당 기관이나 대사관이 밀집해있는 대동강·모란봉·중구역 등 일부 구역의 장마당 개장 시간을 축소하고 주요 시설 주변을 통행하지 못하도록 통제했다. 이러한 통제는 지난달 31일까지 계속됐고, 이달 들어서는 별다른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평양과 지방, 특히 국경 지역의 방역 기조에 온도차가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방역 강화 조치는 국가가 지방 주민들의 밀수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평양도 외국인들이 왔다 갔다하고 중국에서 온 사람들도 들락거렸는데 유열자(발열자)가 지방에만 많겠냐”며 “돌림감기 때문이라는 건 말뿐이고 밀수를 못 하게 하기 위한 봉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