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우리는-개성시 편] 월북 사건 발생한 개성에선…

[북한 비화] 개성시당, '특수 상황' 언급한 1호 제의서 올려…"마음만 먹으면 다 내려갈 판이었다"

최룡해_개성_코로나
2020년 7월 30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이 개성시를 찾아 비상방역사업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 2020년 7월 조선중앙통신 등 매체를 통해 19일 개성시에서 코로나 감염자로 의심되는 월남도주자가 불법적으로 분계선을 넘어 귀향하는 비상사건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김정은은 24일 관련 보고를 받은 직후 개성시에 대한 완전 봉쇄와 구역·지역별 격폐를 지시했고, 25일에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해 개성시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2020년 7월 24일부터 3주간 완전 봉쇄됐던 개성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개성시의 주민들은 완전 봉쇄 조치에 하나같이 자택에 격리됐다. 이런 상황에 유일하게 이동이 자유로웠던 비상방역조 성원들은 격리된 세대들에 필요한 물자를 전해주거나 세대 간 연락선 역할을 하면서 돈이나 담배나 뒤로 챙기는 비리를 저질렀다.

그런가 하면 개성시에서는 갑작스러운 봉쇄 이후 며칠 지나지 않아 당장 먹을 식량이 없는 절량세대나 노약자, 무의무탁(無依無託)자 세대에서 빈혈과 배고픔으로 쓰러지는 주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 봉쇄 후 불과 사나흘 사이에 극소수지만 코로나로 의심되는 발열 환자들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당황한 개성시 당위원회는 긴급하게 1호 제의서를 올렸다. 여기에는 불법 귀향자 발생에 따른 조기 봉쇄로 당장 생계가 어려워진 개성시 주민들이 아우성치고 있으며, 코로나로 의심되는 발열자들이 나오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별히 개성시당은 제의서에 개성시가 남한과 분계선을 맞닿고 있는 접경 도시라는 점에서 특수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월북이 가능했다는 것은 곧 월남도 가능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주민들이 극단적인 선택(탈북)을 할 가능성에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가적 차원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게 개성시당의 의견이었다.

심각성을 느낀 북한 당국은 개성시당이 요구한 물자들을 빠르게 지원했다. 그리고 공식 서열 2위인 최룡해를 개성시에 파견했다. 개성에 간 최룡해는 인접 지역에 설치된 방역초소들을 돌아보면서 방역과 물자반입 상황을 살폈고, 방역부문 관계자들과 현장 협의회도 진행했다.

그러면서 “당과 국가의 조치에 의해 개성 시민들의 생활에 필요한 식료품, 의약품 등의 물자보장 사업이 집중적으로 진행되는데 맞게 소독과 검역사업을 방역학적 요구대로 엄격히 진행하라”고 주문했다.

실제 개성시 주민은 “월남도주자가 다시 돌아오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돌아오는 게 그렇게 쉬우면 탈북하기도 쉽겠다고 수군거렸다. 뭐라도 조금씩 줬으니 망정이지 남조선(남한)도 가까운데 마음만 먹으면 다 내려갈 판이었다”며 위기가 극에 치달았던 당시를 회고했다.

긴급하게 물자 지원이 이뤄지고 최룡해를 급파해 상황을 점검하는 국가적 조치 없이 봉쇄만 강화했다면 생각지 못한 대량 탈북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게 이 주민의 말이다.

그는 “지금도 개성시 사람들에게 코로나 3년간 가장 어려웠을 때를 꼽으라고 하면 틀림없이 월남도주자가 돌아왔다며 시를 갑자기 완전 봉쇄해 장마당을 닫아걸고, 통행을 금지하고, 마을 앞 공동 수돗가나 우물에서 물조차 긷지 못하게 했던 그때라고 답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