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폭우에 산사태 발생…천막 짓고 살던 60대 부부 사망

먹고살기 힘들어 산으로 떠났다가 참변…주민들 "하늘도 참 무심하다" 안타까움 표해

북한 주민들이 장마철 폭우 피해 방지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장마철 폭우로 인한 산사태로 산에서 천막생활을 하던 60대 부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함경남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최근 홍원군에서 밭에 천막을 치고 살던 60대 부부가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이들은 올해 봄에 농사를 짓겠다며 함흥시에서 홍원군으로 들어간 주민들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 부부의 본 거주지는 함흥시 사포구역 흥서동이다. 적지 않은 나이에 벌이 능력도 없어 혹독한 생계난에 시달려온 이들은 유일하게 돈이 되는 집을 팔아 웃돈을 남기려 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이마저도 쉽지 않았고, 결국 홍원군으로 가 천막생활을 하면서 농사짓고 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식통은 “지난 1월 말 홍원군에 사는 먼 친척이 이들의 집을 찾았다가 이들의 생활 형편을 보고 ‘이렇게 사느니 차라리 내가 사는 곳에 와 농사라도 지으며 먹고 살라’고 권유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살아갈 방법을 찾지 못한 노부부는 결국 집을 600위안에 7개월 동거로 내놓고 지난 2월부터 홍원군으로 가 천막을 짓고 살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이 천막생활을 이어온 지 5개월째가 된 지난 15일경 홍원군에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천막이 매몰되는 일이 벌어졌다.

소식통은 “이 노부부는 지난 17일 피해복구에 동원된 주민들에 의해 발견됐는데, 당시 숨진 상태였다”며 “천막을 들이친 토사와 돌들에 묻히고 깔려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시신을 목격한 주민들은 ‘먹고살겠다고 버둥댄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간 하늘도 참 무심하다’면서 이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지난해에는 장마철 폭우로 집이 무너지고 도로가 침수되는 등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올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피해가 크지는 않은 편”이라면서도 “다만 이번에 사망한 노부부처럼 먹고살기 힘들어 집을 떠나 산속에 천막을 치고 사는 이들의 피해가 적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