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선항으로 러시아산 물자 수입…일부는 벌써 시장에 풀려

공장 기업소용 부속 및 자재가 가장 큰 비중 차지…밀가루·의약품 등은 장사꾼들 손에

중국 방천에서 바라본 북한, 중국, 러시아 접경 지대. 멀리 북한과 러시아를 잇는 두만강 철교가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나선항으로 수입 물자들이 연이어 들어와 함경북도 각 지역에 유통됐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19일 데일리NK에 “함경북도 무역국이 지난 5월 대외경제성에 올려보내 비준받은 생산 부속 및 자재, 쌀, 밀가루 등 지표별 수입 물자들이 6일부터 나선항으로 들어왔고, 현재 도내 각 곳에 배분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에 들어온 수입 물자들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공장 기업소들에 필요한 부속품들이고, 그 외에도 연유(燃油) 등 생산에 필요한 자재들이 대거 수입됐다.

또 주민들의 식생활에 필요한 쌀, 밀가루, 식용유, 사탕가루(설탕) 등이 들어와 식료공장들과 식량공급소들에 배분돼 생활난에 처한 주민들에게 다소 희망이 되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했다.

소식통은 “밀가루는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7월 27일)을 맞으며 간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도록 주민들에 공급할 목적으로 수입됐다”며 “함경북도 인민위원회 양정과에서는 이번에 들어온 밀가루를 3인 가족 기준으로 한 세대당 5kg씩 국정가격보다 높게 공급할 데 대한 지시를 내린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에 수입된 밀가루는 벌써 시장에 풀려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밀가루의 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돈 있는 주민들은 싹 사들이겠다는 요량으로 시장의 장사꾼들과 짜고 일반 주민들의 눈에 띄지 않게 몰래 포대째로 집에 실어 나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밖에 이번 수입 물자들 가운데는 러시아산 페니실린, 마이실린, 종합감기약 등 의약품도 소량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마저도 병원보다 먼저 개인 약 장사꾼들의 손에 들어가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병원에 가도 약이 없고 시장에서 팔리는 중국 약품들은 가짜가 많아 주민들이 불만이었는데 이번에 들어온 러시아 약들은 종류나 양이 많지는 않아도 효능이 좋다고 소문이 짜해서 주민들이 너도나도 개인 약 장사꾼들에게 수입된 약을 사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에 나선항을 통해 수입 물자들이 들어오고 시장에도 풀리면서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무역 전면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민 대부분은 ‘전승절 물자를 들여온 것일 뿐’이라고 일축하면서 하루빨리 개인 밀수의 길이 열리기만을 고대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