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성 축구 경기서 다친 女 선수들, 물자·현금 받고 ‘대만족’

청진시 라남구역 인민위원회 부녀절 기념 경기 조직…문제 생길까 방패막이로 대대적 공급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7일 자국팀이 20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우승한 소식을 전하며 “우리의 미더운 여자 축구 선수들의 자랑찬 성과는 국가 부흥의 새시대를 확신성 있게 열어나갈 애국의 열의로 충만한 인민들에게 커다란 고무적 힘을 안겨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함경북도 청진시 라남구역에서 국제부녀절(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남녀 혼성 축구경기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축구 경기에서 투혼을 보인 여성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물자와 현금을 받아 주변의 부러움과 질투를 샀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20일 “3·8국제부녀절을 맞으며 청진시 라남구역 인민위원회는 기념 축구 경기대회를 조직하고 특별히 혼성 종목을 내세웠는데, 여기에 나선 여성 선수들이 크게 다치자 시급히 대책을 취해 물자와 현금을 공급하는 특혜를 베풀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라남구역 인민위원회는 혼성 축구 경기 일정을 잡고 축구를 해 본 적 없는 여성들을 모집해 단 일주일간 준비시킨 뒤 경기에 내보냈다. 결국 참가 여성의 과반수가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힘 센 남성들과 상대적으로 체격 조건이 좋지 않은 여성들이 함께 뛰는 혼성 축구 경기는 시작 전부터 많은 주민의 관심을 끌었고, 실제 많은 주민이 이 특별한 경기를 보려고 몰려들어 관람석이 들썩였다고 한다.

당시 여성 선수들은 남성 선수들과 격렬히 몸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쓰러지면 곧바로 다시 일어나 뛰는 등 열성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이들은 어찌나 격하게 경기를 했던지 여기저기 다쳐 경기가 끝나고도 한참을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가 겨우 일어나 경기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전해졌다.

구역 인민위원회는 이에 즉시 경리과에 지시해 이번 경기에 참가한 여성 선수들에게 콩 3kg씩을 공급하는 한편, 부상 치료를 위해 4일간의 휴가를 주고 이들이 속한 조직들에 잘 돌봐주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소식통은 “이것은 인민위원회가 공개적으로 지시를 내려 집행하도록 한 것이고, 내적으로는 또 조용한 밤중에 경기에 참가한 여성들의 집마다 돌면서 사탕가루 5kg, 기름 4.5kg, 돈 2만원씩을 나눠줬다”고 했다.

여성들은 생전 받아본 적 없는 양의 물자들에 더해 일반 노동자 1명의 서너 달 임금에 해당하는 현금까지 받게 되자 “축구 경기는 힘들었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런 혜택을 받으니 참 보람 있는 하루였다”며 대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전언이다.

구역 인민위원회가 이렇게까지 나선 것은 여성들이 축구 경기에서 크게 다쳤다는 것이 소문나 시 당위원회, 도 당위원회, 중앙당에까지 보고되면 오히려 문제 될 수 있다고 보고 방패막이하려는 의도였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인민위원회가 밤중에 몰래 물자를 공급했다는 사실은 어느새 소문으로 퍼져 일부 여성 주민들 속에서 “너무 과하다”는 뒷말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인민위원회가 다음에 또 혼성 경기대회를 한다고 하면 나가야겠다”는 반응도 나왔다고 한다.

다만 이를 듣게 된 구역 인민위원회의 한 간부는 “부녀절에 여성들이 다쳤다는 소리가 나면 안 되고 경기대회를 조직한 인민위원회 체면도 있으니 상품으로 물자 좀 나눠준 것이지 그런 게 아니라면 왜 그런 돈을 들여 물자를 줬겠냐”며 더 이상의 뒷말이 나오지 않게 일축하기 바빴다고 소식통은 전했다.